▲ 최나영 기자
“파업 72일째를 맞는 오늘 이제 MBC 정상화의 발판이 마련됐음을, 우리 파업이 승리했음을 국민께 보고합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조합원들을 향해 외쳤다. 박수와 함성이 길게 이어졌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로비를 메운 400여명의 MBC본부 조합원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나눴다. MBC본부는 13일 방송문화진흥원이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의결하면서 파업 중단과 일부업무 조합원 복귀를 선언했다. 이날 집회는 72일간의 파업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조합원들 표정은 밝았다.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집회 사회를 본 허일후 MBC 아나운서는 “오늘 부르는 파업가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새 경영진 첫 과제는 해직 언론인 복직”

MBC에서 해고된 최승호·박성제·정영하·박성호씨도 청중 앞에 섰다. 해직 언론인을 응원하는 함성이 길었다. 박성호 MBC 해직기자는 박수치는 조합원들을 휴대전화기에 담겠다는 듯 촬영 버튼을 눌렀다.

허일후 아나운서가 “새 경영진이 들어오는 순간 MBC의 제1 과제는 해직된 동료들의 복직이 될 것”이라며 “새 경영진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소송을 취하하고 해직자들을 복직시키면 그제야 상암동 전체에 레드카펫을 깔고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파업 때 MBC에서 해직돼 아직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조합원은 6명이다. 노조는 해고 무효 소송 1·2심에서 승소했다. 회사가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회사가 법원 판단을 수용해 소를 취하하면 당장 해직자 복직이 가능하다.

해직기자 박성제씨는 “복직이 된다면 못 이기는 척하고 들어오겠다. 곧 일터에서 뵙겠다”며 웃었다. 그는 “촛불국민의 은혜를 입어 승리한 만큼 이제부터 우리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직PD인 최승호씨는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가 이 자리에 같이 없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며 “싸우는 과정에서 쌓아 온 서로에 대한 신뢰로 MBC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게 하자”고 말했다.

"방송을 권력에 바치는 불행 반복되지 않아야"

김연국 본부장은 “다시는 방송을 권력에 갖다 바치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정치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않고 독립적인 자유언론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끝까지 함께 감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MBC본부는 15일부터 파업을 잠정 중단한다. 예능·드라마·라디오 부문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뉴스·보도 프로그램은 제작거부를 이어 간다. MBC본부 대전지부도 이진숙 대전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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