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성명석(35)씨. 그는 며칠 전부터 원청 정규직과 나란히 서서 차체 인스톨 작업을 한다.

최근 들어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파업 수위가 높아지자 회사가 원청 관리직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씨는 14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지엠은 그동안 원·하청 혼재근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합법도급의 주요한 이유로 내세웠다”며 “회사가 원청 관리직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 스스로의 주장을 부정하고 불법파견 증거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란히 서서 일하는데 한쪽만 정규직인가요?=회사가 처음으로 원청 관리직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려 했던 시점은 이달 9일이다. 회사는 당일 지회가 부분파업을 하자 공장에 ‘고지문’을 붙였다. 차체 인스톨 공정에 정규직을 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지회 반발로 대체인력 투입은 다음날로 미뤄졌지만 이후 매일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오늘도 회사가 비정규직 부분파업과 지명파업에 맞춰 차체 인스톨부와 엔진부에 원청 관리직으로 20~30명씩을 대체인력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성씨도 이날 지명파업에 참여했다 오전 11시40분께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다른 파업 조합원을 대신해 일하러 들어온 원청 관리직과 2시간을 나란히 서서 일했다.

“원청 관리직들이 표준작업서 공정만을 보고 일에 투입돼 아무래도 정상적인 라인 가동이 어렵죠. 불량이 많이 나와요. 나란히 서서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이라니 말이 되나요? 한국지엠이 이번 파업에 정규직 관리자를 투입해 비정규직과 혼재근무를 시키는 것은 자신들이 둘 모두의 사용자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겁니다.”

◇대체인력 투입에 폭력사태까지, 노사갈등 첩첩산중=노사갈등의 발단이 된 것은 한국지엠이 지난달 말 발표한 인소싱 추진계획이다. 인소싱은 회사가 도급계약을 통해 하청업체에 맡기던 업무에 정규직을 투입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 700여명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회사와 하청업체는 계약기간이 2년 이상인 장기직 450여명의 고용은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회는 단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전체의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지회는 “조합원 전체가 장기직이라서 고용을 보장받는다고는 하지만 원청의 확약이 없고, 하청업체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조합원은 아니지만 같은 비정규직 상황을 방치할 수 없고, 단기계약-장기직-정규직 순서로 고용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과 대체인력 투입으로 인한 갈등은 이달 13일 회사 관리자가 김희근 지회장을 폭행하는 사건으로 극에 달한 상태다. 김 지회장은 “그날 정오에 기자회견을 하는 조합원들이 공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회사가 정문을 걸어 잠그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들었다”며 “욕설에 항의하자 회사 관리자가 뺨을 때려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측은 “회사 직원도 폭행을 당했다는 사람이 있고, 지회장 폭행 주장에 대해 따로 밝힐 사항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회사가 비정규 노동자들과의 법적 공방에서 도급업무 독립성을 주장하기 위해 ‘하청업무 공정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거나 ‘혼재근무가 이뤄지지 않는다’를 핵심 근거로 세웠다”며 “이번 대체인력 투입으로 한국지엠이 스스로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3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정규직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것은 기량의 미숙함을 감안하고서도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체인력 투입이 곧 도급업무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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