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없는 노동을 강요당하는 청년노동자·비정규 노동자·노동조합이 없는 1천800만 미조직 노동자 모두가 전태일이다. 전태일에게 노조를 선물하자.”

교수·문화예술인·법조·정당·종교계 등 사회 각 분야에 몸담고 있는 1천113명이 전태일 열사 산화 47주기를 맞은 13일 한뜻을 담아 외친 목소리다. 전태일 열사가 숨진 47년 전과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전국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노조하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버들다리)에서 ‘전태일에게 노동조합을! 1천113인 사회적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운동본부는 "세계 경제력 11위를 자랑하는 2017년 대한민국의 전태일은 프랜차이즈 매장과 백화점, 삼성 같은 재벌대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협력사와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1천113인은 전태일 열사 기일인 11월13일을 상징하는 숫자다. 실제 사회적 선언에는 1천878명이 참가했다.

이연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민들레분회장은 “새벽에 출근해 유령처럼 살금살금 조심스레 일하는 서울대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은 노조로 인해 유령신분에서 벗어났다”며 “파업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고, 그 결과 이제는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사회적 선언문을 통해 “1천만 비정규직이 다시 전태일이 돼 헬조선의 노동하는 신민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라며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는 노동기본권 보장하라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로 되풀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본부는 “여성·청년·장애인·이주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차별받는 노동이 없는 평등세상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며 “전태일의 이름으로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무시·혐오·착취 세상을 바꾸는 길에 동행할 것임을 엄중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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