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모두가 포괄임금제 명목하에 야근수당도 못 받고 새벽근무에 철야근무까지 합니다. 리프레시 휴가는 토·일요일 전부 나와야 하루 줍니다. 평균 근무시간이 하루 14시간 이상이고요. 신고하면 불이익 받을 거 같아요.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나요?”(디자인에이전시 근무자)

“임신 4~5개월차에 나이트(야간) 근무한다고 서명했어요. 임신하면 받는 오프 말고는 임신 전후 근무가 동일합니다. 그런데 월급명세서를 보니 시간외수당·연장근로수당이 빠졌습니다. 임산부는 야간·휴일근로를 제한한다는데, 그것 때문에 제외한 걸까요?”(대학병원 간호사)

“사장이 조금만 일이 잘못되면 욕을 하면서 다 책임지라고 합니다. 견디다 못해 사표를 냈더니 욕을 하면서 (소송해서) 신용불량자 만들어 줄까 하며 협박합니다. 무서워서 다른 사람 구할 때까지 그만두지도 못합니다. 새로 사람도 안 뽑습니다.”(아이디 죽을 꺼 같습니다)

“음료 만드는 회사인데 사장님과 친인척들 김장하는 일을 다음주 목·금요일 이틀 동안 한답니다. 원래 근로시간이니 김장하는 일도 당연한 건가요? 저는 못한다고 휴가를 신청했더니 받아 주지도 않습니다.”(아이디 구**)

“포괄임금제 수당 미지급 수단으로 악용”

21세기가 됐어도 노동자들의 눈물은 마를 새가 없다. 전태일 열사가 그토록 닦아 주려 했던 청계천 다락방 어린 시다들의 눈물처럼.

노동건강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로 꾸려진 '직장갑질119'가 전태일 열사 47주기를 맞아 <2017 시다들의 이야기>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오픈카톡과 이메일, 페이스북으로 접수한 제보 591건을 분석해 보고서에 담았다.

임금에 대한 상담이 112건(19%)으로 가장 많았다.<표 참조> 임금을 떼였다거나 포괄임금제 횡포, 시간외수당 체불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직장갑질119는 “포괄임금제로 묶여 야근이나 휴일근로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제보가 많았다”고 밝혔다.

직장내 괴롭힘은 108건(18.3%)으로 2위를 차지했다. 직장내 폭언과 폭력적 분위기, 인격모독,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직장인은 “10년 넘게 일하던 회사에서 이유도 모른 채 인사팀과 간부들로부터 괴롭힘·폭언·차별을 당하다 전보배치를 받았다”며 “회사 고충처리부서에 도움을 청했더니 저에 대한 또 다른 유언비어가 퍼졌다”고 호소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직장갑질119 찾으세요”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사례도 직장갑질119 오픈카톡방에서 토론과 상담이 이어졌다. 지난 2일 오픈카톡방에 첫 문의가 있었고 3일 이메일로도 문의가 들어왔다. 직장갑질119가 제보사례 공개모집을 한 6일에는 오픈카톡방에서 토론과 상담이 급증했다.

9일에는 네이버 밴드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직원들을 위한 온라인모임을 개설했다. 강동성심병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위반 등으로 최근 3년간 240억원을 체불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오픈카톡방 대화명에는 직장갑질에 대한 서러움과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직장갑질119가 오프카톡방 대화명으로 본 키워드를 살펴봤더니 힘들다(192건)·괴롭다(71건)·모욕감(47건)·더럽다(30건)·눈물(12건)·미치겠다(10건) 순이었다.

직장갑질119는 ‘갑질에 대응하는 직장인 매뉴얼 7가지’를 제시했다. 직장갑질 내용을 기록하고, 녹음·녹취를 하며, 통장·월급명세서 등 증거를 모아 두는 한편 마지막에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직장갑질119나 전문상담단체에 문의하라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신고된 갑질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것”이라며 “공익적인 사건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지원을 하고 업종별 온라인 모임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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