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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는 고상하고 우아한 게 아니다
   
 

민주노총 선거철이다.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이 격화하는 지금 정세에서 새 지도부는 노동개혁은 물론 사회개혁을 전진시킬 책무를 짊어지게 된다. 노동운동 입장에서 노동개혁의 목적은 노동자 권리를 확대하고 노동자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다. 글로벌 수준에 맞게 노동자 권익을 개선하는 것은 현 시기 전략적 목표의 하나로 판단된다.

노동운동의 전술적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동원화(mobilization) 전술과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 전술이다. 총파업 같은 투쟁이 동원화 전술에 속하고, 노사-노정 양자 교섭이나 노사정 3자 교섭이 제도화 전술에 속한다. 투쟁과 교섭은 서로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 전술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투쟁의 성과는 교섭을 통해 제도로 확보해야 하고, 교섭의 제도적 성과는 투쟁으로 지켜 내야 한다.

문재인 정권하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대화는 투쟁인가 교섭인가. 필자는 투쟁인 동시에 교섭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기업’을 뛰어넘는 영역이다. ‘대화’는 대등한 관계를 전제하며, 그냥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회화’와는 다르다. 사회는 계급과 계급이 부딪히는 세력들 간의 각축과 경쟁의 장이며, 대화는 힘과 힘이 부딪히는 공론과 담론의 장이다. 교섭력은 투쟁력에 비례하고, 투쟁력도 교섭력에 비례한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수준은 교섭과 투쟁의 결합력에 정비례한다.

새로 구성될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하고, 사회적 대화의 운동장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참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노사정위원회가 ‘신자유주의적 도구’라는 주장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신자유주의는 현대 자본주의 특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며, 모든 국가 기구와 사회체제는 직간접으로 한국 자본주의와 관련을 맺고 있다.

노동조합도 그 주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본주의 체제와 연계를 맺게 된다. 대기업-정규직 노조에 쏟아지는 비난은 그 일단을 보여 준다. 자본과 국가는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담판 짓는 장인 단체교섭까지도 자본주의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장으로 활용하려 한다.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활성화는 노동운동의 전술적 선택의 하나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하에서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통한 사회적 대화 강화는 현 시기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에 조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거부하고 사회적 대화를 방기한 지난 20여년 동안 산하조직 조합원들의 엄청난 투쟁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정치적 영향력과 사회적 위상 추락을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자본주의의 변혁은커녕 개혁에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세력으로 점차 전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날에 장에 가지 않으면 장을 볼 수 없다. 장날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다. 물건값을 흥정할 수는 있지만, 내 맘대로 결정할 순 없다. 시장통에서는 뒤통수도 맞고 속임수도 겪고 소매치기도 당한다. 하지만 내가 잘하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이웃도 만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자주 장터에 나가면 목 좋은 자리를 파악하고 잘하면 차지할 수도 있다.

사회적 대화에서 노사정위원회가 차지하는 의미는 익살스럽게 이야기하면 장날의 장터와 같은 것이다. 장에 가지 않으면 물건을 사고팔고 흥정하는 기술을 익힐 수 없다. 장터에 돌아다니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못 듣게 된다.

사회적 대화는, 구체적으로 노사정위원회는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고상하고 세련된 무언가가 아니다. 사회의 주요 계급과 계급이 국가를 매개로 서로 부딪히며 자웅을 겨루는 운동장이자, 자기 물건은 비싸게 팔고 남의 물건은 싸게 사려 흥정하는 장터다. 이를 우아한 말로 바꾸면 정보-협의-교섭이 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구조적으로 지배계급의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한 경향이다. 그래도 장날에 장이 서면 장 보러 가야 한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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