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전태일 열사께서 1970년 11월13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고 외치며 돌아가신 지 벌써 반세기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장에서 기계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현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전체 취업자의 38%에 이르고 있지만, 전태일 열사가 지키라고 부르짖은 근로기준법은 아직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고,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한 경우에는 노동자를 24시간 365일 노동하게 만들 수 있는 근로시간 특례 조항이 근기법에 버젓이 규정돼 있기까지 하며, 근기법 준수를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에 휴일근로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의 과로를 부추기고 있다. 또 포괄임금제라는 임금제도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과로에 대한 마땅한 규제나 법령도 없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인 사망원인 5위인 자살 중에 노동자 비율은 무려 35%에 이른다. 2015년 직장내 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는 559명,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재 승인은 2016년 70명이다. 승인율 41%다. 매년 산재로 인정받는 과로사망 노동자는 310명(뇌심혈관계질환 사망, 매년 600여명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지만 승인율은 20%에 불과)이다.

이처럼 우리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구체적인 면에는 장시간 노동을 포함해 과중한 업무량, 업무성과 압박, 직장내 괴롭힘(왕따·폭행·감정노동 등), 스트레스 같은 ‘과로’가 포함돼 있지만, 아직까지 ‘과로예방’을 위한 노동문화 개선은 요원할 뿐이다. 과로로 인한 질병이나 사망은 자살까지 포함해 공무원·제조·서비스·방송·집배·운송·IT·의료·법조 등 직역을 가리지 않는다.

과로로 인한 문제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노동자 개인과 가족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 운수노동자 같은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2차 피해를 양산하기까지 한다. 결국 과로 문제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지나 8일 출범한 ‘과로사예방센터’는 매우 고무적이다. 과로사예방센터는 노무사·변호사·의사 네트워크를 통해 과로와 관련한 상담(산재·민사·행정·형사 소송 등)을 하고, 과로로 인해 피해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당사자 또는 유가족과 연대하며, 피해자나 유가족을 지원하고, 피해자나 유가족과 함께 피해회복 노력을 하면서 회사와 국가(정부·지자체)를 상대로 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과로사예방센터는 최근 민주노총 등이 중심이 돼 조직된 ‘과로사OUT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과로예방 관련 단체나 위원회와도 연대한다.

지금 우리 노동문제는 ‘과로’라고 생각한다. 과로하고 있는 이 땅의 노동자라면 누구든지 과로사예방센터를 두드려 주시길 바란다. 블로그도 있고, 전화도 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바꿔 보겠다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전태일 열사께서 바라봐 주시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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