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노동법안은 무엇일까. 지난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률안 가운데 77건을 추렸다. ‘정기국회 법률안 의견서’에 따르면 66건의 법률안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이다. 11건의 법안은 입법을 저지해야 할 법안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노동법안은 12건이다. 여야 많은 의원들이 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11명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관심도를 보여 준다.

한정애 의원은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정의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법안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할 경우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근기법에 따르면 주당 소정근로시간 40시간과 노사 합의에 의한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하면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1주를 5일로 규정하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런 해석 탓에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까지 늘어나 버렸다. 한정애 의원의 법안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까지 이어진 노동시간단축 논의를 반영했다.

반면 이찬열 의원 법안에는 사무전문직 장시간 노동 원인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을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가 주목된다. 포괄임금은 노동자가 받는 임금항목 가운데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일괄 적용하는 형태다. 이를테면 소정근로시간 근무 이후에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별도 수당을 주지 않는다. 이런 관행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로기준법에는 포괄임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찬열 의원 법안에 따르면 기본급을 미리 정하지 않고 연장근로까지 포함한 급여액과 일당 임금을 정한 근로계약은 금지된다. 근기법 56조에 따른 가산지급대상이 되는 근로의 대가를 사용자 임의적으로 기본급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 사용자가 전체 노동자의 업무개시·종료시간을 의무적으로 측정·기록하고 보전하도록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유 의원은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측정·기록해 근로자에게 통지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연장근로시간은 연간 최대 25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연간 한도를 정했다. 근무시간 이후 전화·문자메시지·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통신수단을 통한 지시시간에도 임금을 지급한다. 해당 근로시간에 대해 통상임금 50%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천285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계류 중인 법안만 국회가 처리해도 연간 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환노위가 법안 처리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출범 이후 9일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만 9천761건이다. 이 중 처리된 법안은 2천165건으로 처리비율이 20%에 불과하다. 19대 국회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많은데도 처리실적은 낮은 편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은 836건인데 처리된 법안은 고작 152건이다. 무려 684건의 법안이 환노위 책 서랍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환노위는 행정안전위(1천37건), 법사위(732건), 기획재정위(696건)에 이어 법안 처리실적이 가장 낮은 상임위원회다.

민생법안이 몰리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환노위 법안 처리실적이 너무 초라하다. 국민은 20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 민변이 제안한 노동법안 12건마저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세비만 탕진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환노위는 정기국회에서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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