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융노조>

이상화 전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게 특혜대출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하여금 이씨 승진을 요구한 사실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KB국민은행은 2013년부터 2천억원대 주전산기 교체사업을 했다. 그런데 장비 성능을 검증해 보니 오류가 발견됐고, 교체비용도 예상보다 비쌌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해당 사업과 은행임원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임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 대표이사 모두 중징계를 받고 사퇴했다.

2010년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백순 은행장은 은행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차기 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벌어진 내부 암투 과정에서 불거진 사태였다.

특혜대출에 내부 암투까지, 금융지주 사고 잇따라

최근 금융지주회사에서 발생한 이 같은 사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자회사인 은행의 인사·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들"이라고 규정했다.

금융지주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반복 발생하면서 막강한 회장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직원 대상 노조 설문조사와 노조 선거에 회사가 개입한 문제로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윤종규 회장 연임을 결정했다. 20일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KB금융지주 회장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주회사 곳곳에서 행사할 수 있고 내부 규정에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수 있는 내용조차 없다"며 "회장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들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선임되고, 회장을 지주회사 각종 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부는 20일 주총에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제출한 상태다.

박 위원장은 현행 제도에서 회장 독주를 견제하는 장치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가를 꼽았다. 그는 "노동자와 노조에게는 우리사주조합을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려는 노력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려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며 "기업도 소비자·협력업체와의 공정한 거래 노력 외에도 우리사주조합을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 내부감시자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사주조합 활용한 경영참가"
"노동이사·공익이사 도입"


노조 추천 이사를 이사회 구성원에 포함시키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득의 상임대표는 "현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회장 후보 추천권한을 이사회가 독점하고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사회가 후보 추천을 할 경우 우리사주조합·노조 추천 이사를 포함시키거나, 노·사·전문가가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방안으로 관련업에 10년 이상 근무해야만 은행장이 될 수 있도록 하면 모피아 낙하산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사주조합과 같은 소액주주 경영참가만으로는 금융개혁이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소액주주가 국민경제와 은행건전성 강화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보기 어렵고, 이들 또한 단기이익에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이사제와 공익이사제를 도입해 은행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주주이익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아니라 국민과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는 금융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금융회사라는 명칭보다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친숙할 정도로 국민은 금융회사가 공공성을 우선 가치로 삼는다고 믿고 있다"며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노조가 추천하는 노동이사나 사립학교 개방형이사제를 참고한 공익이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용득·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금융정의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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