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동일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조차 없습니다. 삼성은 사회적 소통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직업환경의)의 말이다. 그는 10년간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삼삼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일하는 현직 노동자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모두가 병이 들고 나서야 수화기를 들거나 카메라 앞에 섰다. 그에게 “내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던 한 남성 노동자는 며칠 뒤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

공유정옥 활동가는 “10년 전 고 황유미씨가 삼성반도체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지금의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삼성이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공정을 외주화하고 비정규직에게 맡기고 있는데 이제는 책임 있는 사회적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올림이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시스코 교육회관에서 ‘반올림 10년 변한 것과 남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임자운 활동가(변호사)는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2008년·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특별근로감독(2013년·고용노동부) △산재보상 신청 및 인정이 이뤄진 것을 반올림 투쟁의 성과로 꼽았다.

노동부는 당시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서 “삼성전자가 산업안전보건법 1천934건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산업 노동자 92명의 30여개 질환에 대해 산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중 11명 7개 질환을 산재로 인정했다. 법원은 10명 6개 질환에 대해 산재인정 판결을 했다.

임자운 활동가는 “최근까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정부가 보여 온 대로라면 앞으로도 반도체 등 전자사업 현장에 건강 영향이 규명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것”이라며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사내외 협력업체 노동자 건강권 대책과 함께 알권리 운동에서도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투쟁과 긴밀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반올림 활동은 삼성 투쟁이라는 국한된 목표가 아닌 전자산업 노동자 전체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제3세계 전자산업 환경에 대한 국제연대를 구상하는 것도 과제"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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