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대리운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신고가 끝내 반려됐다. 지난 8월28일 대리운전기사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노동조합 설립사항 변경신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2005년 대구지역대리운전직노조가 노조설립신고를 한 것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대리운전기사의 노조 결성·가입이 이뤄졌고, 2012년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대리운전노조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있었기에” 그동안 미뤄 뒀던 설립사항 변경신고를 이번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의 이런 믿음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노동부는 9월2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보완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노동부가 요구한 서류는 기존 노조의 규약변경과 관련한 회의록 및 규약, 2012년 총회에서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 실시 관련 소명자료, 7일 전 총회소집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 소명자료 등이었다. 사실상 설립허가제에 가까운 노동부의 과도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두 달 넘게 시간을 끌다가 11월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변경신고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 통지를 했다.

노동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사유는 노조법 13조에 열거된 노조 설립사항 변경신고 대상에 전국대리운전노조의 경우와 같은 조직형태 변경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이것이 반려 이유일까. 노조가 변경신고서를 제출한 즉시 알 수 있었던 문제였던 데다, 그동안 노동부가 조직형태 변경 총회와 관련한 보완서류를 세 차례나 요구한 사실에 비춰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부는 하나의 대리운전업체에 전속돼 있지 않은 대리운전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한다. 만약 정말로 하나의 사업주에의 전속성 여부가 설립신고 수리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실로 위험천만한 행정해석이 아닐 수 없다.

덤프트럭·화물트럭 차주 겸 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노동부가 2009년부터 건설노조 및 운수노조에 규약시정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노동조합을 결성·가입할 권리가 보장돼야 할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고용관계 존재 여부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님”이라고 강조하면서, 노동부 시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전속성 여부를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물론이거니와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도 핵심적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일례로 대법원은 시간강사들의 업무내용 등을 대학이 지정하고 대학이 정한 규정에 따라 위촉 및 해촉이 이뤄지고 근로의 대가로 보수를 받은 점 등을 인정하면서 “근로제공관계가 단속(斷續)적인 경우가 일반적이며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돼 있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3. 29. 2005두13018·13025).

대법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단시간·호출·파견형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일감이 있는 경우에만 고용하면서 근로기준법·사회보험 등의 보호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특성을 보인다. 노동자는 생계를 꾸리기에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일감을 주는 사용자들을 끊임없이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자면, 이런 불안정 노동자들이 복수 사용자를 위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은, 이들이 개인사업자로서 여러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일용 노동자처럼 이 직장 저 직장을 떠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속성 여부를 기준으로 노조할 권리를 누릴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면, 필자와 같은 대학 시간강사들이 조직된 한국비정규교수노조나 단시간·일용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건설 및 서비스산업 여타 노조의 설립신고 역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존중 사회로의 길인가.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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