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공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더 많은 무기구매 요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비롯한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시달리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 북한 압박·제재하면서 비핵화 대화 촉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잘 이끌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방한이 북한 핵미사일 때문에 불안해하는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고 큰 전환점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공조와 함께 무기구매와 무역적자 해소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가장 중심에 놓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성공적인 해결책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군은 앞으로 더 많은 전투기와 군사시설을 확충할 생각”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많은 군사시설물과 무기를 구입하기로 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교역문제도 중요하게 대화해야 할 문제”라며 “한국과 많은 사업을 이행하기를 바라며 무역적자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FTA 재협상 논의에서 미국의 파상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 제재·압박을 가한다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하루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 방위력 증강을 위해)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 있는 무역혜택을 누리기 위해 한미FTA 협의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전 세계에 끔찍한 위협”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종식을 요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한미FTA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한미FTA 협의 빨라질 듯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올해 6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첨단 정찰자산을 포함한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 관련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증진하고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무기구매 문제는 새로운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협의·합의했던 무기구입은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최첨단 군사자산의 경우 지난 정상회담 때부터 추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핵추진잠수함과 최첨단 정찰자산 구매에 천문학적 비용을 써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한미FTA에 대한 국내 절차가 마무리하는 대로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 경기도 오산공군기지로 들어와 방한 첫 일정으로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한미 양국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에 먼저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미군기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국빈방한 이후 25년 만에 국빈으로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예우를 보인 셈이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두 대통령 내외는 국빈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에는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인사가 대거 집결했다. 한국측 70명, 미국측 52명 등 122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과 현충원 방문을 끝으로 다음 방문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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