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최근 정부가 택배연대노조와 대리운전노조가 제출한 노조설립신고서와 조직변경신고서에 대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정의) 개정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조직률 확대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약속한 상황에서 택배와 대리운전 두 조직에 대한 신고증 교부 여부는 노동계는 물론이고 법조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기존 사용종속성에 무게를 두고 노동자성을 판단한 노동부 방침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상반됐다. 노동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기사들의 노조설립신고를 받아들인 반면 전국단위노조로 조직변경을 요구한 대리운전기사들의 조직변경신고서는 반려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노조법 2조 개정! 노조할 권리 보장! 노동법률단체 우선입법요구 토론회'에서 노동부 판단에 대한 성토와 함께 노조법 개정방향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노동자 개념 아예 삭제하자"=최은실 공인노무사(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는 "노동부 판단이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최 노무사는 "법률 개정 없이 행정지침 변화만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노동부 판단기준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는 대구지역대리기사노조와 전국대리운전노조가 조직대상 동일성이 다르다고 했는데, 이번 변경신고로 인해 포섭될 대리기사 중 사용종속성이 희박한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결국 쟁점은 다시 사용종속성이며, 노조법 2조 개정논의로 돌아와야 할 이유"라고 밝혔다.

최 노무사는 특히 "노조법 2조 노동자 개념 자체를 없애는 게 낫다고 본다"며 "굳이 법률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좁게 설정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들은 노조법상 노동자 개념을 둘러싼 조합원 자격 논란 해소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교섭권 행사를 위해 노동자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자 개념을 확대해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 개념을 삭제해 특수고용 노동자든 점주든 누구나 노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부터"=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 '노조할 권리 보장'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없던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노조하는 건 자유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조법 1조에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해 근로조건 유지·개선과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라고 나와 있다"며 "다시 말해 내가 교직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에 일조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것을 과연 법이 뜯어말려야 하는 행위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실업자·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고 노조법 2조4호라목(노조결격사유로서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삭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들이 노조에 가입했을 때 가져올 혼란이나 위험성이 없을뿐더러 설령 위험성이 있다면 그때 가서 고치면 된다"며 "작은 위험성을 근거로 노조가입을 막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노조법 개정 전이라도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며 "전속성이나 사용종속성 여부를 가지고 노동자 범위를 제한하거나 노조아님을 통보하는 행정해석,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법당국이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의 단체교섭 요구를 공동공갈이나 협박죄로 구속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