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 정규직노조가 합의한 임금피크제를 비조합원인 관리지원계약직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1일 신한은행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취업규칙)이 비조합원인 관리지원계약직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전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신한은행은 박근혜 정권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였던 2015년 9월 과반수 정규직노조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정년에 도달하기 5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했다.

2009년 12월 재취업 조건으로 명예퇴직했다가 재입사해 2010년 1월부터 근무한 관리지원계약직 박아무개씨 등 50명은 "임금피크제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3월 임금피크제에 관한 취업규칙 무효확인소송을 냈다.

비조합원인 원고들은 정규직 조합원과 다른 임금·노동조건을 적용받은 만큼 정규직노조 합의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마련한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입사하면서 기존보다 40% 이상 임금이 삭감됐는데, 임금피크제까지 적용하면 임금이 20~60% 추가로 삭감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단체협약 일반적 구속력에 따라 과반수가 적용받는 단협은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된다며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정규직노조 조합원이 아닌 관리지원계약직에게는 단협의 일반적 구속력이 적용될 수 없다”며 “관리지원계약직은 조합원인 정규직과 다른 근로조건 기준이 적용돼 왔기에 관리지원계약직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사건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박근혜 정권하에서 많은 사업장이 정규직노조 합의를 통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며 “비조합원과 비정규직 등 노동자 권리보호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근로조건에 있는 비조합원이나 비정규직에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별도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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