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한국산업노동학회는 며칠 전 ‘노동자 대투쟁 30년,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학술행사를 열었다. 학술대회에 25편의 논문이 발표돼 최근 주춤했던 노동연구가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 중에서 노동조합 역할과 조직화에 관한 논문 4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4편의 논문이 정권이 교체된 이후 노동조합의 존재가 다시 주목받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노동조합에 대한 세대별 고민도 엿볼 수 있다.

박태주 박사는 노동조합의 역할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한다. 이정희 박사는 노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내놓는다. 젊은 두 연구자는 현장에서 발굴한 노동조합 조직화 사례를 살펴본다. 박사과정에 있는 이주환과 양경욱은 각각 전통적인 유형의 조직화 사례와 새로운 조직화 유형으로 주목받는 커뮤니티 유니온(community union) 사례를 소개한다.

박태주 박사는 오늘날 노동조합이란 무엇인가를 근본적이면서 직접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글에는 30년 넘게 노조 활동가와 연구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축적된 통찰이 오롯이 배어 있다. 그의 눈에 비친 오늘날 노동조합의 모습은 ‘제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다. 달팽이는 기업별노조다. 기업이라는 제집에 갇혀 경제적 실리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빼어난 수사(rhetoric)로 표현했다. 그의 안타까움은 ‘노동자의 연대성’ 결여에 있다. 기업별 체제에서 노조는 공장 담벼락을 넘는 연대에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제도화된 단체교섭도 기업별 체제의 도구라는 시각으로 비판한다. 단체교섭이 노동조합의 수단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단체교섭이 경제적 이해로 한정돼 비경제적인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단체교섭 틀을 넘어 경영참가와 사회적 대화로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기업별노조 체제와 단체교섭은 갇힌 틀에서 상호작용하면서 기업별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그가 제시하는 노동조합의 역할은 사회운동 노조주의(social movement unionism)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지위를 독점하기 어렵다고 보고 시민단체로 연대성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보급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성이다.

이정희 박사는 초기업단위에서 교섭이 가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정희 박사는 박태주 박사의 글을 보완한다. 박 박사가 단체교섭 제도적 틀을 넘어야 한다는 것에 주목했다면, 이 박사는 산업별 수준에서 단체교섭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별 수준에서 단체교섭이 되지 않는 이유는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희 박사는 사용자를 교섭으로 유인하는 수단은 산업별교섭이 주는 편익이 기업별교섭보다 크다는 효과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산업별교섭이 가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박태주 박사가 제시하는 사회운동으로서의 노동조합은 양경욱의 논문과 연결된다. 양경욱은 젊은 연구자답게 새로운 노동조합의 모습으로 커뮤니티 유니온에 주목한다. 한국에서 조직된 커뮤니티 유니온 사례를 소개한다. 커뮤니티 유니온은 기업이라는 공간에서 형성된 생산관계 틀에 속하지 않는 노동자를 조직하는 노동조합 형태다. 실업자·청년, 그리고 지역단위 주거·환경으로 노동조합 활동 영역을 확장시킨다. 커뮤니티 유니온의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다.

이주환은 노동조합의 조직화 유형의 변화를 다룬다. 최근 나타난 조직화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있다고 분석한다. 이주환에 따르면 제조업 남성 중심의 조직화 패턴은 노조 생존율이 2.8%에 불과하다. 여성·50대 이상·공공서비스업 조직화 모델은 ‘전투’ 중심에서 ‘권리’ 중심이라는 특징으로 보인다.

짧은 지면에 4편의 논문을 자세히 다루지 못했다. 이들 논문은 학회 홈페이지(kals.jams.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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