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문제가 한국 사회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의제로 대두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청년일자리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14조원에 육박한다. 2012년 1조1천억원이던 청년일자리 예산은 올해 3조1천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조치에도 청년실업률은 10%대에 육박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정책 일변도로 오늘날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청년문제는 단순히 실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문제의 구조적 배경인 한국 사회 불평등은 소득 영역에서의 빈부격차를 넘어 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다층적 영역에서 단단하게 맞물려 회복 불가능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나아가 불평등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돼 세습자본주의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역격차·학력격차에 ‘수저격차’ 등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는 전국적인 수준에서 균형 잡힌 종합적인 청년정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전무하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정의하는 유일한 법률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청년고용법)인데, 이에 따르면 청년은 ‘취업을 원하는 자’로 정의되고 정부의 모든 청년정책은 일자리수를 목표로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묻지 마 취업’ ‘단기 저임금 일자리 양산’ 등의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또한 청년문제를 일자리 창출로 해결하겠다는 전통적인 해법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청년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대안을 제대로 도출할 수 없는 정치적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서 청년기본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청년기본법 제정에는 사회진입 과정에 있는 청년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을 개인 혹은 가족의 책임으로만 전가하지 않으며, 청년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국가) 책임과 역할을 인정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정부는 청년 당사자의 참여·협력에 기초해 일자리·주거·부채·문화·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문제가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치들은 청년만을 위한 문제 해결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년의 정치적 참여에 기반해 우리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청년기본법의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 모든 국회 원내정당들은 청년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과 관련한 법률들이 경쟁적으로 발의돼 있다.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수십 건이다. 현재까지는 정부와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청년기본법이 정기국회 논의과제로조차 상정되지 않고 있다. 복잡한 국회 환경 속에서 미래세대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제기하는 청년정책 논의가 우선순위로 검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 답답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39개 청년·시민·사회단체가 연석회의를 구성해 대중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청년 목소리에 화답해 청년기본법 제정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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