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현장조직의 반대와 회사측의 개입이 가장 큰 해결과제


조선노조들이 지난 8일 공동총회를 벌인 결과, 삼호·한진중공업노조가 금속산별노조로 전환하기로 가결하면서 일단 금속산업연맹으로서는 금속산별노조로 한걸음 더 내디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나머지 사업장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노조가 모두 아슬아슬한 차이로 부결되면서 다음 기회를 기대할만 하다는 분석이다.

■ 가능성 보인 조선노조들 조직변경 투표

지난 12일 조선노조들은 먼저 8일 공동총회에서 가졌던 산별노조 찬반투표 결과를 개표, 발표했다.(본지 13일자 참조) 이에 따르면 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노조가 각각 72.7%, 89.5%의 높은 찬성률로 금속산별노조 전환에 찬성했다. 이들 사업장의 조합원이 각각 1,668명, 1,621명으로 조선노조들 중에서는 대형사업장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금속산별로 전환한 사업장 중에서는 상대적로 대규모 사업장에 포함된다. 또한 삼호중공업노조의 경우, 지난 12월에 한번 부결된바 있으나, 이번에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가장 고무적이라는 평가.

또한 현대중공업노조가 60.2%, 대우조선노조가 61.5%, 현대미포조선노조가 61.9%로 가결이 가능한 2/3선인 66.7%에는 못미쳤지만, 모두 60%대에 진입했다는 사실 역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들 3개 사업장은 모두 회사측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음에도 60%가 넘는 조합원들이 산별노조 전환에 찬성했다는 것은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는 것.

■ 일부 현장조직 반대 및 회사측 개입 딛고 성과 보여

이번 투표 결과는 가능성과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조선노조에는 금속산별노조 전환을 놓고 그동안 두가지 특징이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삼호중공업노조가 부결됐던 요인에는 당시 일부 현장조직의 '시기상조론'이 맞물려있었기 때문. 당시 해당 현장조직은 관료주의화된 산별노조의 우려를 제기하며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부결운동을 벌였고, 결국 57%로 부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 삼호중공업이 과거의 제약을 딛고 가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구나 이번의 경우 해당 현장조직의 반대입장은 존재했지만, 적극적인 부결운동까지 이어지지 않아 달라진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대우조선 역시 일부 현장조직의 반대가 있어오면서 실제 5일께부터나 집행부의 본격적인 선전활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간의 짧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60%대의 찬성률을 이끌어낸 것도 역시 고무적이란 지적.

또한 이번 투표에서는 회사측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이 제기돼왔고, 부결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게 해당노조들의 문제제기다. 부결된 3개노조의 경우 모두 쟁의행위 찬반투표 때와는 달리 직·반장 등 관리직 조합원이 대거 참여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회사측의 방해로 쟁의행위 찬반투표조차 성사시키지 못했음에도 이번에는 무려 91.5%가 참여했고, 현대미포조선 역시 1,000여명에 이르는 관리직 조합원이 거의 참여해, 해당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 넘어야 할 과제 아직 많아

그럼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앞서 제기했던 현장조직의 문제는 당장 조선노조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앞으로 전개될 다른 대기업노조 투표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지난 2일 조선노조 공동총회를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서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고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조직형태 변경결의 총회를 연계해 조합원의 판단을 강요했으며 △8일 총회에 대한 부결입장을 차기 대표자회의에 상정한다고 의견을 모으는 등 기존의 산별노조 추진 철회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에 동시총회를 추진했던 금속산업연맹은 이와 관련 "이미 지난2월 출범한 금속노조는 127개 3만1,360명이 가입돼있고, 이번 연대파업에서도 금속노조가 금속산업연맹의 선두에 서서 투쟁하고 있다"며 "또한 대우차 정리해고 분쇄 투쟁에서도 금속산업연맹 2.28 연대파업에 가장 많은 수로 금속노조가 참여했지만, 이에 반해 금속노조에 참여하지 않은 사업장들의 파업참가는 저조했다"고 달라진 환경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밖에 회사측의 조직적 개입을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 필요하다는 것도 이번 투표에서 보여준 대표적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번 일부 조선노조들의 산별노조 전환은 공동사업 추진을 통해 서로의 이견을 모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향후 이번에 부결된 조선노조들이나, 다른 대기업노조들의 참여가 계속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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