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노동이 실종된 국정감사라 할 만하다. 20여일 동안 진행된 2017년 국정감사가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개인적인 평으로는 아쉬움이 크다. 새로운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 기치를 내걸었는데도 정작 ‘노동’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굵직굵직한 이른바 ‘적폐’를 다루는 데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리라.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꼭 환경노동위원회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와 노동조건 개선에 기여한 사례를 꼽아 보자.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채용비리를 본 이 땅의 청년들은 다시 한 번 땅을 쳤다. 국정감사장에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던 어느 기관장의 모습이 화제였다. 국감을 계기로 정부는 채용비리 가담자 무관용 원칙(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선언하고 대통령도 채용비리로 채용된 자에 대해 채용을 취소하는 방안까지 지시했다. 앞으로는 채용에서만이라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리라 희망한다.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장은 어땠나. 국감장 현장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국정감사 기간 시민들은 문화방송 사태의 원인을 점차 알아 가기 시작했다. 지난 정권의 비호를 받으면 그동안 사용자가 언론노동자들에게 가한 폭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밝혀지고 있다. 어느 기자는 건물관리 담당으로 인사발령이 났다고 한다. 국정감사 기간을 거치면서 정상화가 멀지 않았다는 희망이 보인다. “제 목숨과 같습니다” 문화방송 파업에 참여한 어느 후배의 말을 들었다. 조금만 더 힘내라 응원한다. 이들의 의지를 굳건히 하는 데 국정감사가 적지 않은 보탬이 됐으리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해고 철도노동자들을 위한 기쁜 소식이 있었다. 장관이 98명의 철도해고자 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10여년 이상 복직투쟁을 해 왔다. 사법부 판단이 있긴 하지만 그와 같은 판결이 나온 과정을 꼼꼼히 돌이켜 본다면 해소 방법이 나올 것이다. 아울러 지난 기간 억울하게 해고된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노동현장의 노동자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소망한다. 이 또한 국정감사가 큰 기여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성과를 뒤로 하고 새로운 정부 첫 번째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보수정부 9년의 마지막 국정감사라고 하는 게 나을 듯하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성과를 낸 국회에 감사한다. 때문에 국정감사 장점을 발전시키고 키워 가자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성과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도 곳곳에서 보인다. 일부이긴 하지만 어떤 국회의원들은 국감장을 파장으로 몰고 가는 데 앞장선다. 볼썽사나운 장면들을 만드는 데 안간힘을 쓴다. 국정감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조장하려 한다. 아예 파업도 서슴지 않는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국정감사 회의론이 불거지는 데는 언론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김없이 "이번 국정감사도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이럴 거라면 국정감사를 폐지하는 게 낫다"는 사설을 싣는 데 주저가 없다. 알리바이를 위해 의원들 간 고성과 욕설에 포커스를 맞춘다. 의도적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자극적인 장면에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법. 사실보도와 사회감시라는 언론 본래의 책무를 다했는지 돌아보라.

누가 뭐래도 국정감사는 국정조사와 함께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소중한 헌법제도다. 30년 전 1987년 민주화투쟁으로 되찾은 기본권 수호 제도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국정조사 제도가 있는데 국정감사는 필요 없다는 말도 있다. 우리 헌법 현실에서는 바른 의견이 아니다. 우리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수시로 이뤄지는가. 국정조사는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시적이고 임의적으로 실시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기간을 정해 두고 실시하는 국정감사가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않는가.

최저임금 인상 논의, 특례조항 폐지를 포함한 노동시간단축, 사회적 대화 활성화,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의 내실화, 어느 공공기관의 직장내 성희롱 문제 등등. 모두가 짧은 국정감사에서 토론되고 논의됐다. 국회 기능은 원래 이래야 하지 않겠나. 시민들과 노동자들은 1년 내내 국정감사에 임하는 것 같은 모습을 국회에 기대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