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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참할 수 있는 노동운동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그러니까 1주일 전이었다. 이 나라는 한바탕 소란했다. 민주노총이 청와대에 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지지하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사용자 자본을 지지하는 보수언론이든 스스로 노동자 서민을 대변한다는 진보언론이든 언론사를 가리지 않고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의 ‘노동계 초청 대화’에 불참한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대기업 정규직 귀족노조 운운하며 적대적인 태도로 조롱하거나, 참석해서 노동자 이해를 적극 대변해야 했다며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그 비난의 색깔은 달랐지만 말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등 참석한 노조간부들 사이에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장면사진과 함께였다.

2. 적대적인 태도로 조롱하는 그들이야 민주노총이 참석했으면 참석했다고 비난했을 테니 그들에 대한 비판은 결국 노동을 향한 사용자 자본의 태도에 대한 것이 될 것이다. 굳이 새삼스레 뭐라 말하고 싶지도 않다. “반쪽 된 청·노동계 만찬 … 민노총, 금속노조·전교조 안 불렀다며 불참”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합법화 등의 ‘촛불청구서’를 요구해 온 민노총과 갈등을 빚고 있다”(조선일보), “민노총이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의 참석을 거부한 것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신경증에 가까운 거부반응 때문” “대기업노조가 중심인 민노총은 높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기득권 세력화한 지 오래”(동아일보)라는 보수언론 보도는 오랜 기간 계속돼 온 민주노총과 소속노조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이번 청와대 불참에 쏟아 낸 것에 불과하다. 그들은 만약 민주노총이 참여해서 노동기본권과 노동자권리를 말했다면 기세등등하게 ‘촛불청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비난했을 것이고, 심지어 노정대화를 말했다면 그런 대화를 비난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그들은 내버려 두자. 문제는 박근혜 정권 심판을 위한 촛불집회에 함께했던 이들이 하는 비난에 대해서다. 아마도 그래서 민주노총의 불참을 두고서 이 나라는 이렇게 소란한 것일 게다. 날로 적폐세력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는 이때에 겨우내 촛불집회에서처럼 힘을 합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에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대통령 간담회에 불참한 민주노총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제목으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단축 등 노동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와 노동계 전체가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개탄스럽다”고 한 후,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부조직 편제에서 제외하고 전교조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며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비판했고(경향신문), 민주노총의 불참이 “안타깝다”며 “이번 만남이 노정 간의 실질적 대화, 나아가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한겨레신문). 여기에 댓글 등으로 달린 비난을 더해서 읽어 보면, 노동존중 사회를 정책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그 어느 정권보다 노동기본권과 노동자권리를 위한 노동개혁에 적극적인데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에 호응해야 한다고, 청와대 불참을 계기로 이를 주저하는 민주노총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3. 민주노총이 불참한 청와대 ‘대화’를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청와대 사이의 진실공방은 민주노총 공식논평 외에 더 시시콜콜 들여다보며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의 참석 통보에도 청와대 간담회에는 참석하기로 했던 것인데, 금속노조·전교조 등 산별노조 위원장의 참석을 청와대가 거부하고 개별적인 접촉으로 입맛에 맞는 노조위원장을 부르면서 간담회만 참석하고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으려면 청와대에 오지 말라는 식으로 나와서 민주노총이 참석하지 않은 것인지 어쩐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다. 그저 오늘 이 나라에서 민주노총이 청와대 ‘대화’에 불참했던 것에 대한 ‘비난’을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

4. “근로자와 사용자 및 정부가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사회 정책 등을 협의하고,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해” 노사정위를 설치해서 “산업평화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한다. 약칭 노사정위원회법이라 불리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의 목적은 이렇게 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로 노사정위가 구성돼서 오늘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참여해야 한다고 촛불대선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그가 임명한 문성현 노사정위원장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위는 법률로 설치하도록 정해 놓은 대통령 자문기구니 법을 집행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기구의 대표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노동계에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법이 존재하는 한 이 나라에서 대통령과 노사정위원장은 그가 누구라도 노동계에 참여를 요청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당초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인 노사정위원회규정을 통해 노사정위를 설치하도록 했던 김대중 정권에서도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종용했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노총만 참여한 상태에서도 노사정위는 노동현안 등 노동문제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돼 운영해 왔다. 노동관련 정책 마련 등에서 노사정위를 법률상 거쳐야 하는 협의기구로서 보수와 민주, 정권의 색깔을 떠나 권력은 설치·운영해 왔던 것이다. 권력을 상대로 구성하자고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조합이 요구해 투쟁해서 이 나라에서 법률로 설치한 노사정위였던가. 대통령령으로 노사정위원회규정이 제정되던 1998년 3월께에도, 이후에 법률로 노사정위원회법이 제정·시행되고서도 이 나라에서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운동으로 투쟁해서 쟁취한 기구는 아니었다. 노사정위 참여 대상인 노동조합에 대한 권력의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력의 노동정책 마련을 위한 협의기구로 노사정위는 존재했다. 보수든, 민주든 정권은 노사정위를 앞세워 노동정책을 밀어붙였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일명 노사관계 로드맵도,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도 그것이 노동자권리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노동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데에는 노사정위가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노사정위를 두고서 “근로자와 사용자 및 정부가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사회정책 등을 협의”하는 기구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의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권력의 행위를 절차적으로 협의해 줘야 하는 기구였을 뿐이다. 심지어 협의는 협박으로 강요돼 왔던 것이 이 나라 노사정위 역사였다. 거기서 노동자대표의 행위는 노동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받기도 했다. 1998년 대통령령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한 이후 이 나라 노사정위의 역사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향상하기 위한 것으로 전개돼 오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 노사정위에 대한 노동운동의 입장을 규정짓는다. 그렇지 않다면 그 노동운동은 권력에 그저 협조하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5. 노사정위든, 노정대화든, 청와대 ‘대화’든 그것이 노동자권리와 노동기본권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운동은 참여해야 한다. 그럼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난주 청와대 ‘대화’에서 한국노총 등 노조간부들이 참여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떠한 요구를 함으로써 이 나라 노동자권리와 노동기본권 향상에 기여하게 됐다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랬다면 나는 “대통령 간담회에 불참한 민주노총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사설에 동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노총 불참에 관한 비난 보도만 쏟아졌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단축 등 노동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장 정부는 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일을 해야 한다. 노사정위 등 사회적 대화 운운하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 국회 입법을 통하지 않고 당장 대통령과 고용노동부장관이 대통령령, 노동부 행정해석과 지침 등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노동의 적폐는 노사정 합의로 청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노동계 전체가 밥 한 끼 함께 먹”지 않아도 얼마든지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동의 적폐가 산적해 있다. 법 위반의 비정규직 사용을 엄단하고 1주일에는 휴일을 제외하고 5·6일이라는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개탄스러워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비난하기에는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의 기득권은 너무도 뿌리 깊고 강하며 지난 시절 권력은 노동자에게 오만했다. 노사정이든, 노정이든 사회적 대화에 노조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다. 노동자권리와 노동기본권 향상을 위해서 필요하냐는 노동조합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할 일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노동존중 사회’여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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