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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근로복지공단 ‘추정의 원칙’과 지침의 문제점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고용노동부는 지난 25일 ‘상시근로자 1인 미만, 소규모 건설공사 등 영세사업장 산재보험 적용, 개별실적요율제 개선, 통상적 출퇴근재해에 대한 범위 규정, 사업주 날인 첨부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재보험 관련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노동부 입법예고안에서 문제는 ‘추정의 원칙’이다. 노동부는 입증책임을 완화한다면서 시행령 별표 3(업무상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의 13호를 “1호에서 12호에 제시된 노출기간·노출량·잠복기 등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이외의 질병이라 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질병으로 본다”로 바꿨다. 이러면서 ‘추정의 원칙’ 적용을 명확히 하는 근거규정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어 "추정의 원칙은 작업(노출)기간·노출량이 인정기준(당연인정기준)을 충족하면 반증이 없는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으면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노동부 입법예고 이전에 만들어진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 추정의 원칙 적용을 위한 재해조사 관련 업무지시’ 지침을 보면 공단은 “인정기준에 노출수준·기간이 구체적으로 규정(당연인정기준)돼 있는 경우 재해조사·역학조사 결과 노출수준·노출기간 등이 당연기준을 충족하고 반증이 없으면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한다”며 “당연인정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업무와 발병한 질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현행과 같이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인정기준의 구체적 규정을 충족하고, 반증요인이 없으면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반증은 업무상질병을 부정하거나 관련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노동부는 “반증요소가 없고 기준을 충족하면 산재인정이 쉬워지며, 신청인의 입증부담이 완화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산재보험 관련법령을 몰이해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열거한 ‘업무상재해로 명시된 기준’은 예시기준이자 당연인정기준이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28165 판결). 즉 시행령과 시행령 별표에 명시된 것은 하나의 예시이며, 이외 명시된 기준과 상이한 개별 사안의 경우 법리상 상당인과관계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음성난청 인정기준에서 노동부와 공단은 “85데시벨(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돼야 한다”는 기준을 엄격히 해석해 기준치 이하 소음(가령 84데시벨)에 장기간(가령 10년 이상) 노출되더라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부와 공단이 시행령 내용을 법원과 달리 ‘제한적 열거기준’으로 운영했던 명확한 과오였다. 법리나 법 해석상 당연한 내용을 개정안에 명시하면서 지금까지의 적폐를 모두 덮으려는 것이다.

둘째, 추정의 원칙과 관련한 공단 지침에는 “반증요인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업무상질병이 부정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질병은 공동원인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원인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3764 판결). 반증요인이 있더라도 업무상 원인이 주된 판단요소가 될 수 있는지, 기존질환이나 질병을 악화시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됐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공단 지침은 법리적 측면에서도 판례와 배치된다.

셋째, 공단이 뇌심혈관계질환에서 반증요인으로 명시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당뇨, 충분한 휴게시간 보장, 기저질환을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경우(뇌동맥류·부정맥·협심증), 개인의 심리적·육체적 부담’은 업무상질병 판단에서 주된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공단은 지침에서 “반증 책임이 공단에 있으므로 지사에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반증요소로 제시한 사실을 토대로 발병한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한다”고 명시했다. 이제 공단이 반증의 책임주체가 된 셈이다. 공단이 일부 사업주를 대신해 산재인정을 방해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넷째, 공단이 제시한 반증요인이 매우 추상적이다. 일부 요인은 산재인정과 상관없는 것이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의 수준이 무엇인지,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경우가 무엇인지, 개인의 심리적·육체적 부담의 경중이 무엇인지도 객관적이지 않다. 또한 뇌출혈 위험요인인 뇌동맥류는 전문적 뇌검사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오히려 산재보험 관련법령은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을 인정상병으로 명시하고 있고, 뇌출혈의 가장 많은 선행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뇌동맥류를 업무상질병을 부정하는 요소로 삼고 있지 않다.

여전히 공단은 업무시간 이외 요인(업무량·강도·책임·정신적 긴장도 등) 조사는 현행 지침(제2013-32호)에 맡기고 있다. 현행처럼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하지도 반영하지도 않겠다는 의미다. 공단이 업무시간과 반증요인에만 집중하게 돼 업무상질병 인정이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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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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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록 2017-11-02 09:43:47

    그러게 동맥류 동정맥루 해면상혈관종등 선천적 기형은 미리알기어렵고 되려 시행령은 이런 체질적요인을 고려하라고 규정되어있는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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