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이 박사급 부연구위원으로 승진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달아 책임연구원들에게 연구과제를 맡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승진을 위해 경쟁적으로 연구업무를 하던 책임연구원 한 명은 뇌내출혈로 쓰러진 뒤 3년이 넘도록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구원에서 받은 '석사급 연구원 승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2013년 석사급 책임연구원 6명에게 연구 결과에 따라 박사급 부연구위원으로 승진시켜 주겠다며 과제를 맡겼다.

이들 6명 중 한 명인 반아무개 책임연구원은 연구과제 수행 완료 직후인 같은해 12월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이듬해 6월까지 병가·연차휴가를 사용하며 휴식했다. 2014년 7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해 산재로 인정받고 지금까지 치료 중이다.

승진시켜 주겠다던 연구원 약속은 이행됐을까.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6명 중 2명의 승진을 인사위원회에 추천했지만 아무도 승진하지 못했다. 2명 중 1명은 부연구위원 공개모집에 지원해 합격한 뒤에야 부연구위원 직함을 달았다.

박 의원은 "연구원이 석사급 연구원으로 입사하면 박사급 부연구위원으로 승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를 악용해 책임연구원들에게 승진경쟁을 과도하게 시켰다"며 "실력대로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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