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7.5.12. 선고 2017다216295 판결

Ⅰ. 사실관계

원고는 2012년 5월21일 피고와 차량 위·수탁관리계약(화물차량 지입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피고는 영업용 번호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원고가 1천650만원을 지출해 소외 ○○회사에서 번호판을 인수했다.

원고 지입계약이 2014년 8월12일 해지됐다. 피고는 지입계약 해지 후에도 원고가 지출한 번호판 대금 1천65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피고는 2015년 3월 원고가 점유하던 차량번호판을 무단 절취했다. 2015년 2월23일 원고가 차량번호판 대금 상당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4월19일 광주지법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7년 2월10일 광주지법이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2017년 5월12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Ⅱ. 쟁점과 대상 판결 요지

1. 지입계약시 번호판 대금 부담 책임의 주체(쟁점 1)

지입계약의 본질상 운송회사는 지입차주 차량에 부착할 영업용 번호판을 당연히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이를 보유하고 있지 못해 다른 회사에서 인수했고, 그에 따른 비용까지 지입차주인 원고에게 부담시켰다. 따라서 피고가 마땅히 부담했어야 할 번호판 비용을 원고가 부담했으므로, 지입계약 해지시 위 번호판 대금 상당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청구원인이었다.

이에 대해 1심은 “지입계약은 명의신탁과 위임이 혼합된 형태의 계약이기 때문에 위 계약이 해지되면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청산의무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고 해 지입계약 해지시 청산의무 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피고는 이 사건 지입계약에 따라 영업용차량 번호판을 부착해 원고가 화물운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지입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원고가 운행할 차량에 부착할 영업용 번호판을 확보하지 못해 다른 회사로부터 번호판을 인수해 원고가 이에 따른 비용으로 1천650만원을 부담한 것으로, 이는 차량 위·수탁 관리계약에 따라 원칙적으로 피고가 부담할 비용이라고 할 것이다”고 해서 번호판 비용은 운수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항소심 계속 중 피고는 원고가 작성한 각서<각주1>를 제출하면서 이를 근거로 원고가 자신이 지출한 번호판 대금의 반환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그 근거로 삼았다.

① 통상적으로 차량 위·수탁관리계약은 지입차주가 그 소유의 차량 명의를 지입회사에 이전하고 지입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화물운송 등이 가능한 영업용 번호판을 이용해 운송업을 영위하면서 지입회사에 위·수탁관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원고가 운행할 차량의 영업용 번호판을 구비하지 못해 원고가 그에 필요한 비용을 피고에게 지급했다.

② 피고의 영업방식 및 영업용 번호판 거래 현실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권리가 귀속되는 영업용 번호판의 매수대금까지 부담하는 방식으로 피고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③ 피고는 원고와 같이 영업용 번호판 대금을 지급한 다수의 지입차주들에 대해 위·수탁관리계약 종료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취지의 이행각서를 작성했다.

④ 피고는 원고가 서명·날인한 각서(을 제4호증의 1) 3항·4항을 근거로 원고가 이 사건 매수대금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매수대금의 지급 경위 및 성격 등에 비춰 그 반환을 포기하는 취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4항은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권리 귀속에 관한 조항일 뿐 이를 그 매수대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취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2. 지입차주가 반환해야 할 미지급 지입료의 범위(쟁점 2)

피고는 지입계약이 해지된 이후의 지입료,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해 영업을 하지 못해 입은 일실손해가 원고의 청구금액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입계약서에 자동계약 연장 조항이 있으며, 지입차주의 개인적인 요구로 계약이 파기된 경우 잔여기간 지입료를 전액 지급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으므로 이로 인한 일실이익도 원고의 책임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입료는 피고가 차량과 관련된 법적·행정적 책임을 지는 대가로 받는 금원이므로 계약해지 이후에는 원고가 지입료를 납부할 의무가 없고,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해 피고가 영업을 하는 데 제약이 초래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해 이에 반하는 피고의 공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Ⅲ. 평석

영업용 화물차 등록은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이며,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은 희소하다. 웃돈까지 붙어 매매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지입회사는 이렇게 고가인 영업용 번호판 대금을 차주들에게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상 운수법인의 영업용 번호판(넘버)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기에 지입차주가 번호판비(넘버비)를 지급했다고 해도 번호판 소유권은 운수법인에게 있다. 따라서 지입계약 체결시 이를 명시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번호판 대금을 돌려받기는 매우 어려우며, 실제로 많은 지입차주들은 수천만원을 들여 구매한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반납하고 있다.

이 사건 소송은 1천65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액사건이지만, 재한 중국동포인 원고에게는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변론에 임했으나 원고가 피고에게 1천650만원을 송금했다는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는 ‘한통/한진 넘버이전비/16,500,000원’이라고 수기돼 있는 전자세금계산서만이 유일했다. 원고가 1천650만원을 피고에게 지급했는지, 지급한 돈의 성격이 번호판 대금인지, 지입계약 해지시 번호판 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어느 것도 분명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번호판 대금과 관련해 계약서에 명시된 규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입회사는 영업용 차량 번호판을 부착해 원고가 화물운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가 번호판 인수대금으로 부담한 1천650만원은 차량 위·수탁 관리계약에 따라 피고가 부담할 비용”이라고 판시했다.

항소심에서는 피고가 원고가 작성했다는 각서(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권리를 피고에게 최종 귀속시키며 원고는 차량 및 차량관리권 또한 포기한다는 내용)를 제출했다. 원고가 중국동포로서 한국물정에 밝지 않음을 이용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동료 지입차주들이 피고에게서 받아 낸 이행각서가 발견됐는데 동 각서에는 “번호판 대금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지입계약 해지시 각 지입차주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고 적혀 있어 피고가 번호판 대금지급 의무를 자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얼핏 상반된 증거가 제출돼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 서명 각서는 번호판 대금 반환을 포기하는 취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4항은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권리 귀속에 관한 조항일 뿐 이를 그 매수대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취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해서 모순돼 보이는 증거들 사이에서 정확한 증거판단을 보여 줬다.

상기한 것처럼 지입차주들은 영업용 번호판 대금에 대해 계약서에 그 금액과 반환의무를 명시하지 않은 이상, 계약 해지시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거래 현실 등을 고려해” “원고가 영업용 번호판 매수대금까지 부담하는 방식으로 피고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조항이 있다고 해서 번호판 매수대금에 대한 권리까지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하는 등 지입회사 의무를 분명히 하고, 지입차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지입계약 해지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선례가 많지 않다. 대상판결은 지입계약 해석방법을 보여 주고 이를 통해 불공정계약으로부터 지입차주의 권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다고 할 수 없다.


<각주>
1. 원고는 차량만을 구매했으며, 번호판은 피고의 재산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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