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한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상수도계량기 검침업무를 하던 검침원이 계약위반을 이유로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기 위한 상담을 했다. 그런데 시와 작성한 계약서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수탁계약서'였다. 사용자인 시는 위·수탁계약 해지일 뿐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연 상수도 검침원은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인가.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수도사업은 그 무엇보다 공공성을 가진 사업이다. 지자체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각 지자체는 수도사업 운영에 대한 조례(수도급수 조례 등)를 제정해 수도사업을 관리·운영한다. 지자체별 세부 운영방식에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시민들에게 수도를 공급하고 요금을 징수하는 기본 사업체계는 동일하다.

여기에는 가정과 상가 등 수용가들을 돌면서 상수도 사용량을 확인하고 요금을 부과하는 계량기 검침업무가 포함되는데 이 업무는 상수도 검침원들이 수행한다. 수도 검침업무는 과거에는 시 소속 기능직 공무원들이 담당하던 업무였다. 2000년대 초반 '경비절감 및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대대적으로 민간위탁(용역)됐다. 용역업체를 통한 위탁운영과 개인에 직접 위탁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포항시는 2003년 상수도계량기 검침업무를 개인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민간위탁으로 전환했다. 시는 수도검침원들과 ‘상수도 계량기 검침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1~2년 단위로 반복적으로 갱신했다. '위탁'이라는 계약서에 따라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됐다.

시는 그들을 ‘개인사업자’답게 대우해 줬다. 기본급 없이 업무량에 따라 수수료(급여)를 지급했고,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았으며, 근로기준법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무수행과 관련해 시는 그들을 ‘근로자’답게 대우해 줬다. 업무에 필요한 PDA를 제공하고 업무 관련 교육을 했다. 검침구역과 검침전수를 지정해 주고, 검침오류는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민원이 발생하거나 행정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고처분을 했다. 2회 이상 경고처분을 받으면 시가 위탁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상담한 위 수도검침원 해고사건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각하’ 판정을 받았다.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것이다(여전히 의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 등이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핵심은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인지와 사업의 독립적 운영을 통한 이익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다. 그들이 과연 어떤 독립된 사업을 행하고 사용자로서 어떤 이익을 향유한다는 것인가. 사용자들이 늘 자랑해 마지않는 이윤창출을 위한 최소한의 경영이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이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수도검침원들이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형식'이 아닌 '실체'를 파악한 결과다. 관련 법리 및 근로자보호 관점에서 이뤄진 판단이다.

지자체 수도검침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청주시 수도검침원들은 자신들이 근로자임을 인정받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진행한 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근기법상 근로자임을 인정받았다. 유사한 직종인 한전 전기검침원들도 힘든 법적 다툼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2014년 11월13일 대법원 2013다77805).

일부 지자체는 수도검침원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직접고용 등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지자체들이 형식상 위·수탁계약 체결을 통해 수도검침원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용자는 왜 그토록 그들이 ‘근로자’이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그 목적은 명백하다. 수도급수 조례 및 시행규칙에서 당당히 밝히고 있듯이 '경비절감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다. 달리 말하면 동일한 일을 시키고도 그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을 덜 주려는 꼼수다.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고 사용자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으려는 꼼수다.

헌법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해 보호하도록 명령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근기법이 제정됐다. 이제라도 그들이 근로자라는 이름을 찾고 근로자로서의 최저기준 권리라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그만 꼼수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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