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노사정 8자 회의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함께"라고 언급해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 청와대에 노동계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제안에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국노총에서는 김주영 위원장·박대수 상임부위원장·이성경 사무총장과 윤영인 핸즈식스&고암에이스 화성지역노조 위원장·김영숙 국회환경미화원노조 위원장·허정우 SK하이닉스이천노조위원장·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공식 불참을 선언한 민주노총에서는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만이 함께했다. 상급단체가 없는 조직에서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김준이 사회복지유니온 위원장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복원’ 공감
“노동시간단축 법개정 이외 판결·행정해석 대안 있다”

이날 초청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노동계 지도부와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비공개 환담을 가진 데 이어 본관 충무실에서 전체 초청자를 대상으로 만찬을 가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초청행사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비공개 환담에서 김주영 위원장이 이 자리가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제안한 8자 회의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주거·교육·사회안전망 등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노총이 제안한 사회적 대화 복원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정위와 함께 노사정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또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다음 기회에는 같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무엇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산입하고 특례업종을 줄임으로써 노동시간단축을 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단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이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다”며 “노동시간단축이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고령사회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국노총의 8자 회의와 노사정위 1차 회의 주재 제안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노사정위 가동을 위해서라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노사정대표자회의도 그런 취지에서 말한 것으로 여러 대화의 틀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민주노총 불참 아쉽다”
“노동계를 국정의 파트너로 복원해야”

박수현 대변인은 “만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의 여러 의견을 경청했다”며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노사정 공동의 노력과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며 정부와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 인사말에서 “그간 노동계와의 만남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 조금 초조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노동계가 다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7월27~28일 이틀간 삼성·현대 등 14대 그룹과 중견기업 오뚜기와의 청와대 초청행사를 가졌는데 그로부터 3개월 지난 뒤에 노동계를 초청한 것에 미안함을 표현하면서도 민주노총 불참에는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노동은 소외되고 배제됐으며 국정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노동정책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로 인해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고 노동자의 삶이 나빠졌으며 경제불평등이 심해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노동계를 국정 파트너로 삼는 노정관계로 복원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의 국정목표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노동 분야에서도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은 노동계가 함께해 주면 훨씬 많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국정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하고 설득하고 이끌어 내야만 노동계가 꿈꾸는 세상에 그만큼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 “특수고용·장시간 노동 해결 시급”
참석자들, 4차 산업혁명 대안·청년층과 논의채널 등 요청

김주영 위원장은 건배사에서 “한국노총이 지난달 노사정 8자 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해 달라고 제안했는데 이 자리에서 노동자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노동자들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며 “이 자리에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서로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내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대한민국은 훨씬 더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특수고용직과 장시간 노동 해결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레미콘을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며 “그들이 좀 더 힘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운수·우정노동자를 비롯한 특례업종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서 저녁이 있는 삶이 꼭 이뤄졌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19년에는 대한민국이 좀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큰 의견들이 모아졌으면 좋겠다”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참석자들의 대화도 이어졌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노사정 협의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근로조건 악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은 “버스업종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등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버스 준공영제 확대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영화 스태프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이 실효성을 갖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근로시간 특례제한·포괄임금제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보여 줘 감사하다”며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청년층과 논의 채널을 구축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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