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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노동제는 아니다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한 후 이렇게 근기법 개정을 통해 주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식이 최선이지만 안 될 경우 행정해석 폐기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주간 노동시간을 일요일 등 휴일까지 포함해서 52시간으로 하는 노동시간단축 방안에 관해서였다. 적폐청산을 위해서 촛불혁명 승리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새롭게 내세운 개혁과제는 아니다. 이미 박근혜 정권에서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주요 내용으로 추진했던 노동시간단축 방안이니 말이다. 2015년 9월13일 한국노총 위원장까지 참여한 노사정 대표자들이 합의하고서 이틀 뒤인 같은달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발표했는데, 노동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하는 노동시간단축안이 포함돼 있었다. 물론 이 노사정 합의 이전부터 52시간제는 노동시간단축 방안으로 노사정위·국회 등에서 당시 한국노총,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논의해 왔던 것이고 다만 시행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다. 그렇게 논의하고 합의해 왔던 것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국회에 발의돼서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에 있다. 바로 이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에게 당부한 것이며,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경우에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52시간제를 추진하도록 문 대통령은 주문한 것이다.

2. “주 최대 노동시간 52시간 단축 원칙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다만 현장에 연착륙시킬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노사 합의시 특별연장근로 허용, 휴일근로 할증률 등이 그것이다. 여야는 정기국회 기간인 오는 11월 말 재논의하기로 했다. 근기법 개정의 경우 법 부칙에 기업규모에 따른 단계별 적용시기를 규정해 근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행정해석 폐기의 경우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수 없어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고 언론은 위와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덧붙여 보도했다. 노사 합의시 52시간에 더해 8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할 것인가, 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50% 가산할 것이냐 100% 가산할 것이냐, 언제부터 시행할 것인가 등에 관해서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고 그에 따라 국회에서 52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이 입법될 것이라는 얘기고, 그 입법이 되지 않더라도 이제 휴일근로를 제외하고서 연장근로를 포함한 1주간 노동시간을 52시간 한도로 한 노동부 행정해석 폐기를 통해서 52시간제가 도입되리라 이 나라 노동자들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겨우내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광장과 거리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노동자들이 적극 참여해서 거둔 성과라고 노동의 승리로 자축해야 하는가. 52시간제를 추진했던 박근혜 정권에서는 노사정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서 도입하고자 했을 뿐, 그것이 어려울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대통령이 의지를 밝힌 바는 없었으니 말이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노총·한국노총까지 참여하고 있는 일자리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휴일 포함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특례업종에 대해 주 60시간 상한”으로 하되 특례업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47면). 이렇게 주 52시간제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명확해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말해야겠다. “52시간 노동제는 아니다.”

3.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없다.” 이렇게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주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서(50조)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110조). 1주간에 40시간을 초과해서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불법이고 범죄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1주간에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노사정위에서 논의하고,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촛불대통령까지 적극 도입하도록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법정근로시간제라는 근로기준법 50조를 사문화된 법조문으로 취급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계약 자유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노동자 권리를 위해 사용자와 자유로이 체결하는 근로계약·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것이라 해도 노동시간은 1주간에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근로기준법은 규정한 것이다. 법정근로시간·노동제라고 불리는 노동자의 근로시간 한도를 정한 법률인 것이다. 이 자본의 세상에서 이미 150년 전인 1866년 국제노동운동단체인 제1인터내셔널은 8시간 노동제를 선언했다. “노동시간에 관해서 법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개선과 해방을 위한 모든 노력의 전제조건이다. (중략) 따라서 총회는 법정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선언했던 것이다. 130년 전인 1886년 5월1일에는 미국 노동자들이 시카고를 중심으로 8시간 노동제를 위한 총파업과 시위를 전개했다. 약 100년 전인 1919년에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창설되고서 8시간 노동제를 제1호 협약으로 채택했다. 이와 같은 이 세상에서 노동의 역사를 지나서 이 나라에서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법률로 최장 노동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하루 8시간, 주 48시간의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해서 규정했던 것이고, 1989년에 주 48시간을 주 44시간제로 단축했으며, 2003년에는 주 40시간제로 단축했다. 아무리 노동자측이 노동시간에 관해서 사용자와 합의해 근로계약·단체협약 등을 체결해서 정했더라도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없다”고 근로기준법은 일 8시간,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노동제를 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52시간제는 이에 반하는 것이다.

4. 그것이 아무리 기존 노동부 행정해석, 휴일의 노동시간이 52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폐기하고 휴일까지 포함해서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변경하는 것이라 해도 반하는 것은 반한다고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 53조를 내세워 당신들은 52시간제(40시간+12시간)를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노동시간단축 논의는 이처럼 52시간제를 이 나라 노동법이 법정노동시간 한도로 규정한 것이라고 전제해 왔다. 그러니 52시간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휴일근로도 포함해서 52시간제를 도입하겠다고 논의해 왔던 것이다. 그러니까 박근혜 정권에서부터 주휴일 등 휴일은 연장근로 12시간에 포함시키겠다고 노사정 합의를 하고, 국회 입법을 추진하고, 이제는 국회 입법이 되지 않으면 노동부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에 관해서 법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법정근로시간·노동제인 것이고, 우리 근로기준법 50조는 그 규정 문언 그대로 이에 관해서 정하고 있다. 연장근로에 관한 53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딴 생각 없이 이렇게 50조를 읽었을 것이다. 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 53조 때문에 노동자측과 사용자 사이의 합의가 있으면 1주간 40시간에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추가해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읽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오독이다.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한 근로계약·단체협약상 노동시간을 제한하고자 한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노동법을 사실상 폐기하는 짓이다. 이는 50조를 53조의 연장근로 기준으로만 남겨 둔 채 법정근로시간·노동제로서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소정근로시간을 53조에 따른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시간을 말한다고 하지 않고, 50조에 따른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시간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2조1항 7호). 50조가 법정근로시간이고 이 범위 내에서 노동자측과 사용자 사이 근로계약 등으로 노동시간을 정한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노사 당사자 간에 합의로 근로계약 등으로 사전에 정하게 되는 노동시간에 관해서는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50조가 적용된다. 이와 같이 정하는 노동시간이 아닌 경우에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이를 연장해 일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53조에서 규정한 것이다. 사전에 근로계약 등으로 정하는 노동시간이 아니라, 사전에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할 수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그때 당사자 간 합의로 인정되는 것이 53조의 연장근로인 것이다. 이렇게 50조와 53조는 원칙과 예외로서 읽어야 하는 것인데, 박근혜 정권에서도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예외를 법정근로시간·노동제인 양 노동시간단축을 말하고 있다. 주휴일 등 휴일까지 포함해서 7일이 1주간이라는 것은 명백한 것이니 이에 반하는 노동부 행정해석은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 이것을 노동시간단축 방안으로 거론하는 것은 노동부와 같이 노동제에 관해서는 스스로 바보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 노동시간단축은 50조를 최장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규정이라고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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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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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종롸 2017-10-25 17:37:45

    찬성 이다 그래야 나라가 행복하고 가족이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해진다   삭제

    • 손님 2017-10-24 10:29:20

      외국에서 오셨나봐요, 아니면 한국 기업주들의 문화를 모르는 아주 순진한 분이시거나   삭제

      • 히말라야 2017-10-24 10:09:46

        전적으로 공감! 찬성!!

        더나아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면, 아예 '휴일근로'라는 말을 삭제해야 한다.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휴일'이란 '근로의무 자체가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일'을 부여하지 않고 '휴일근로'를 시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64년간 단 한번도 '휴일근로'를 처벌한 적이 없다.

        그러니 아예 '주휴일' 조항을 삭제하고, 1주일 연장근로의 한도(12시간)만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휴일근로'를 처벌하여야 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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