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와 송전 전기노동자들이 23일 오전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비수기 고용창출과 휴전작업시간 확대를 요구했다. <건설노조>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위에 오르는 송전 전기노동자 10명 중 9명이 최근 3년간 안전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연평균 근로일수가 180일에 못 미쳤다.

건설노조가 23일 송전 전기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가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송전 전기노동자 74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을 조사했더니 3년간 안전사고를 경험한 비율이 99.5%나 됐다. 안전사고는 추락(51%)·감전(15%)·감전으로 인한 추락(17%) 순이었다. 올해 2월에는 두 명의 송전 전기노동자가 추락사로 목숨을 잃었다.

응답자의 83%는 “연평균 근로일수가 180일 이하”라고 답했다. 220일 이상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선 교체를 비롯한 유지·보수를 위해 전기를 끊는 휴전작업을 하는 송전 전기노동자들은 4~6월, 9월~11월 집중적으로 일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여름과 겨울에는 휴전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61%가 “성수기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20일 이상 연속으로 일한다”고 밝혔다. 99%는 “일요일이나 휴일에 관계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송전 전기노동자 김석준(가명)씨는 “연평균 작업일수는 100일 내지 150일이고 퇴직금이나 상여금 같은 것은 전무하다”며 “하루 일당 외에는 별도 수입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월 불규칙한 수입 탓에 정기적금도 못 들고 있다”며 “성수기에 벌어 놓은 수입으로 비수기에 생활하는 송전 전기노동자에게 보릿고개라는 말은 현실 그 자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송전 전기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주 40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다수 송전 전기노동자들이 한국전력 송전협력업체에 고용돼 일당으로 임금을 받는데 이를 월급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와 송전 전기노동자들은 이날 나주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비수기 고용창출과 휴전작업시간 확대, 안전관리 강화, 안전화·안전벨트 등 송전선로 안전장구 개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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