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좋은 일자리 창출 명분으로 삼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여성노동자 차별을 고착화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3일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은행 비정규직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며 “은행 현장에서 여행원제도가 부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 의원에 따르면 신한·우리·KEB하나·KB국민·IBK기업은행에서 이른바 ‘2등 정규직’으로 불리는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정규직 행원과는 다른 경로로 입사해 주로 창구텔러로 일을 시작한다. 과거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여러 은행들이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거나 처음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추세다. RS직군·개인금융서비스직군·L0(엘제로)·준정규직·행원B 등 은행별 명칭도 다르다.

심 의원은 이날 처음으로 신한은행 RS직군의 성비·직무 범위·연봉을 명시한 자료를 공개했다. 신한은행 RS직군은 2천398명이다. 이 중 99.3%인 2천382명이 여성이다. 반면 지점장(부장) 994명 중 여성은 66명(6.2%)에 불과했다. 부행장(전무) 15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신한은행은 RS직군에 기업대출과 기업외환을 제외한 대리(행원) 업무를 맡겼다. 하지만 평균 연봉은 3천200만원으로 대리(6천200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RS직군은 승진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신한은행에서 신입 행원이 과장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은 7~9년이다. 그런데 신입 RS직군(주임)은 최소 13년을 일해야 과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신입 행원은 자동승진을 통해 대리가 된 후 선발을 거쳐 과장을 단다. RS직군은 3단계 선발·심사를 거쳐야 과장이 된다.

심상정 의원은 “2등 정규직의 여성화와 업무범위 차이를 종합해 보면 민간은행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명분으로 여성차별을 제도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은행의 기형적인 정규직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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