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한반도 전쟁위기가 여러 달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미 동맹군은 해상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연합뉴스TV>는 이렇게 보도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미 해군이 어제(16일)부터 고강도 연합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훈련에는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참수작전 요원들도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닷새간 동해와 서해를 오가며 훈련이 실시됩니다. 동해뿐 아니라 서해에서도 훈련을 계획한 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북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월20일자 <연합뉴스TV>는 이렇게 보도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대변인 담화에서 참수작전의 현실성을 검토하는 것이 이번 한미훈련의 주된 목적이라며, 미국이 사실상 선전포고 없는 전쟁을 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참수작전 강행 시도가 포착되면 무자비한 선제타격전이 개시될 것이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위기가 가파르게 고조되면서 언론에서도 전쟁위기에 대한 ‘시론’을 빈번하게 싣고 있다. 자본가계급 입장을 표현하고 있는 <아시아경제>는 노골적으로 전쟁 불사(不辭)를 주장했다.

“우리의 능력이 덜 갖추어진 현 시점에서 국민을 핵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다면 우선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군사적 옵션에 대한 미국의 논의에 오히려 보조를 맞추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쟁불가론 대신에 전쟁불사론으로 북한을 두렵게 만들어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 (…) 최악의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없이는 60년 이상 누적된 북한의 핵위협을 해결할 수는 없다.”(10월17일자 [시론] 전쟁불가를 위한 전쟁불사,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진보언론으로 알려져 있는 <경향신문>은 10월21일자 [세상읽기]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자'에서 전형적인 양비론을 폈다.

“이념적 진보세력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들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권력이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패권-이전론에 근거하여 중국의 힘을 빌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패권은 이전되지 않았다. 특히 군사력에 있어서 중국은 동네 골목대장일 뿐이다. (…) (반면에)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지켜 주는 동맹국이고 한·미 동맹은 중국·러시아·일본·북한에 비해 모자라는 군사력을 보완해 줘 그들과 균형을 만들어 주는 외적균형의 핵심자산이다. (…) 안보와 외교는 초당적이어야 한다. (…) 외교노력에 이념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이적행위이다.”(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수구적인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정치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진보적 교수가 안보에 이념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가르치려 든다. 이념과 정치는 지배계급 전유물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들은 모두 전쟁위기가 왜 생겨났는지 그 원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쟁위기 성격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모두 전쟁위기가 북측 도발에 의해 비롯됐고 비롯되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되뇐다. 진보적 교수조차 이렇게 말하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전쟁위기설의 근원이라는 데 대부분이 동의한다.”라고.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전쟁 위협이 근원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18일자 강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냉정하게 볼 때 현재로서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며 그 인과관계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들은 전쟁위기 성격에 대해서는 아예 침묵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체제대결 전쟁인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 사회주의세력이 자본주의세력과 세계적 범위에서 체제대결을 벌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성격의 전쟁위기이기보다는 식민지에서 해방된 사회주의 국가를 다시 제국주의 식민지로 되돌리려는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된 전쟁위기다. 북한 현 정권 붕괴 촉진, 체제변화 추구, 한반도 통일 가속화, 비무장지대 이북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는 이른바 4노(NO) 정책이라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지난달 30일자 성명이 역설적으로 미 제국주의의 숨겨진 의도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미 제국주의가 이렇게 북한을 적으로 삼아 전쟁을 일으키게 되면 이 전쟁은 십중팔구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전쟁은 곧바로 동아시아 전쟁으로, 나아가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의원인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다루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을 3차 세계대전 위기에 직면하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에 동의하면서, 미 국민을 향해 미·북 간 “우발적인 전쟁 가능성에 대한 코커 외교위원장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3차 세계대전 위험을 무릅쓰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가. 북한이라는 민족해방 사회주의 국가를 소멸시키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지만, 그것만이 목표라면 3차 세계대전을 무릅쓰면서까지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게 한반도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는 그보다는, 쇠퇴하고 있는 미 제국주의 패권에 대해 중국이 그 대체세력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를 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패권쟁탈전은 왜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가. 자본주의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제국주의 단계에 도달했다. 전 지구적인 영토분할이 완성된 그때 이후부터,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에 따라 새로운 자본주의 강대국이 등장할 때에는 세계 재분할을 위한 첨예한 투쟁의 시대, 전쟁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1차 세계대전이 그러했고 2차 세계대전이 또한 그러했다. 1930년대처럼 경제공황이라는 축적위기가 도래하면 그러한 세계대전 위험성은 더욱 가팔라진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다. 경제는 2008년 이래 10년째 대불황이다. 중국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미 제국주의 유일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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