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론화위원회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한다. 원전 건설 재개 여부를 두고 이뤄진 공론화위 논의 과정이 '원전 없는 한국 사회'를 준비하는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고리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어떻게 보듬어 안을지는 사회적 숙제로 남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내고 "정부는 공론화위 결과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지난 20일 "최종 조사 결과에서 건설 재개를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19%포인트 높았다"며 "일시중단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건 탈핵정책 방향과 이번 조치가 배치된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입장문에 "정부가 이미 천명한 대로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책 방향을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해 원전산업 방향을 '건설'에서 '해체'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핵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공론화위 결정과 관계없이 탈핵정책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하고 시민참여 탈핵운동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정의로운 에너지정책으로 대전환을 요구하는 대중적 탈핵운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탈핵정책이 제 방향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산업은 사양산업이고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산업이 대세가 되고 있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 없는 한국 사회, 탈원전 사회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론화 기간 3개월 동안 전국 22곳을 다니며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호소했던 경남 밀양 주민들은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108배를 하다 공론화위 발표 소식을 듣고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이튿날 오후 밀양 영남루 앞에서 개최한 231차 촛불문화제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책위 관계자는 "신고리를 막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틴 마을 주민들의 서운함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느냐"며 "일단 오랜 시간 싸워 온 주민과 연대자들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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