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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 근절과 임금보전 방정식

문재인 대통령이 장시간 노동 근절 선언을 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단축을 강조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이은 장시간 노동 근절 선언은 한 묶음처럼 새 정부가 던지는 노동 메시지로 자리매김했다. 두 선언이 하나로 모아지는 꼭짓점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노사 반응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환영의사를 표명한 반면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기업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12조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경영계 입장을 대변했다. 이런 주장은 노동시간단축이 일자리 창출과 산업재해 감소, 내수·서비스 산업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배제한 것이다. 결국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장시간 노동 극복을 외쳐 온 노동계는 어떨까. 노동계는 초과노동 감소에 따른 임금손실을 우려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연장근로 감소는 찬성하지만 연장근로수당 손실은 반대한다. 연장근로를 줄이면 그만큼의 임금손실을 보전해 달라는 논리다.

임금항목에서 연장근로수당은 변동급이다.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선택함에 따라 책정하는 보상이다. 연장근로를 선택하지 않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종전에 받던 임금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장시간 노동 요인을 꼽자면 노동자의 노동시간 재량권, 급여 증가, 조직개편, 노동시간대가 동일하지 않거나 교대제인 경우, 직업전망이 좋지 않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인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공공기관 노동자는 “연장근로수당은 기본급의 일부”라고 힘줘 말했다. 공공기관은 월간 또는 하루 연장근로 상한선을 정하고, 시간으로 책정된 연장근로수당을 받는다. 이를테면 하루 2시간 연장근로 상한선을 정했다면 해당 기관 직원 90%가 그 시간 동안 일한다. 연장근로수당이 월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0%다. 그러다 보니 연장근로수당을 월급여의 일부로 여긴다. 연장근로가 시간외노동이 아닌 셈이다.

사무전문직은 대개 노동시간 결정권을 갖고 있다.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같은 사무전문직인데도 공공기관은 다른 양태를 보인다. 연장근로 상한선과 수당이 정해진 탓에 자발적으로 연장근로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민간기업 사무전문직은 연장근로수당이 따로 없다. 포괄임금 형식의 연봉을 받는다. 정규 노동시간과 연장근로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연장근로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원한다. 공공기관과 달리 연장수당을 월급여의 일부 항목으로 여기지 않는다.

되레 제조업이 공공기관과 유사하다. 제조업체나 공공기관 모두 연장근로에 대해 시간당 연장근로수당을 받는다. 공공기관은 연장근로 상한선이 있지만 제조업은 상한선이 따로 없다. 대신 고정된 시간외수당(고정 OT)과 변동 연장근로를 별도로 운용한다. 변동 연장근로는 작업량(물량)에 좌우된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투입하는 차종 물량에 따라 각 공장별로 변동 연장근로가 달라진다. 제조업 노동자는 연장근로수당을 월급여의 일부로 여기지만 어디까지나 변동수당으로 인식한다. 물량에 따라 연장근로수당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자”라는 관행은 여기서 비롯된다.

연장근로는 최소 인력비용을 투자하고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수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정급(기본급)보다 변동급(각종 수당)이 더 많은 왜곡된 임금체계가 만들어졌다. 기형적 임금체계는 노동자의 왜곡된 인식을 낳았다.

그렇다고 장시간 노동이 전적으로 사용자와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문제는 아니다. 노동자마다 연장근로를 느끼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노동계가 해야 할 몫이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계가 앞장서 연장근로를 줄이되 임금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민간·공공, 산업별로 다른 연장근로와 수당지급 관행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임금체계와 노동관행을 만들자는 말이다. 물론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일이 먼저다.

어찌 됐든 노동시간단축은 우리 사회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노동계가 장시간 노동 근절 방정식을 잘 풀기를 기대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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