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정위, 중노위, 최임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기상여금과 교통비·중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안을 포함한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산입범위 확대는 재계의 숙원이다.

노동계는 19일 어수봉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립적이어야 할 위원장이 사용자측이 주장했던 내용을 그대로 발언했다"며 "최저임금위 제도개선 TF에서 제도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 발언은 연구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정수 대변인은 "어 위원장이 책임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에서 "산입범위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최저임금위원장이 경영계 주장을 대변하고, 연구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을 넘어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문제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뒤흔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양대 노총은 조만간 최저임금위를 항의방문할 계획이다.

어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기상여금과 현금으로 주는 고정적인 교통비·중식비는 (최저임금에) 들어가야 한다는 개인적인 소신이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포함한 6개 제도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 위원장이 재계 요구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정부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가닥을 잡은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정부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는 아예 내년 하반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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