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력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8일 확정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더불어 일자리 질·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법·개정 계획을 담고 있다. 노동시간단축과 사내하청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방안과 초기업단위 교섭 지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계획이 눈에 띈다. 노동계가 "그동안 요구했던 내용이 반영됐다"거나 "정부가 방기했던 책무를 챙기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한 이유다.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된 일자리 과제를 연도별로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분배-성장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기 위해 △일자리 인프라 구축 △공공일자리 창출 △민간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맞춤형 일자리 지원 등 5대 분야 10대 중점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100개 세부 추진과제를 추렸다.

◇공공부문 마중물 삼아 민간일자리 창출=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재정·세제·금융·조달·인허가 를 비롯해 국정운영의 모든 정책수단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했다. 이른바 '일자리 인프라 구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고용영향평가를 강화했다. 민간부문도 일자리 창출에 나서도록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세제혜택 같은 보상을 제공한다.

로드맵에는 문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계획이 그대로 담겼다. 분야별로 경찰·부사관·생활안전을 비롯한 국가직 10만명, 소방·사회복지·가축방역을 포함한 지방직 7만4천명 등 민생공무원 17만4천명이 충원된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34만명 일자리를 확대하되 1단계로 보육·요양 등 수요가 많고 시급한 분야 17만명을 올해부터 충원한다. 2단계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신설하고 문화·체육·환경 분야에서 부족인력 17만명을 추가로 채용한다.

정부는 일자리 인프라와 공공일자리 확충을 바탕으로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은 혁신형 창업 촉진, 산업경쟁력 제고와 신산업·서비스업 육성, 규제혁신으로 요약된다. 규제완화·세제지원 같이 정부가 민간 혁신창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과 신기술을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 창출 여력을 키운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현장 규제는 해소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중소기업 일자리 관련 규제부터 해소할 방침이다.

◇"일자리 질도 높여야"=일자리 양과 함께 질도 챙긴다. 정부는 확충한 일자리를 '질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노동관계법·제도 개선작업을 병행한다.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에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한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그동안 사업주들은 사업이 되지 않을 때 해고할 수 있고, 인건비를 줄여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두 가지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했다"며 "앞으로 그 두 가지 이유로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실태조사와 업계 건의를 받아 비정규직 채용 허용사유를 법령에 명시한다. 다만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적용을 검토한다.

정부가 원·하청 노동자 간 격차 완화방안과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추진하면서 23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 우산 밑으로 들어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정규직 의견참여 통로를 확대하기 위해 초기업단위 교섭도 지원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추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이 여의치 않으면 고용노동부 주 68시간 행정해석을 폐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가구생계비 반영 등 최저임금제도 개선안을 내놓는다. 내년 상반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거쳐 하반기에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강제노동(29호·105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87호·98호) 등 ILO 핵심협약 비준은 2019년으로 삼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비준과 관련한 법·제도 개선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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