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정보기술(IT) 업계에 노조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본사 방침에 따른 상시적 인력 구조조정과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정하는 체계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17일 사무금융연맹에 따르면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이 최근 노조를 설립하고 연맹에 가입했다. 외국계 IT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연맹에 가입한 것은 한국휴렛팩커드(HP)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달 28일 설립총회를 한 한국오라클노조(위원장 김철수)는 이달 11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한국오라클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오라클이 국내 지사를 설립한 1989년 이후 처음이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으로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올해 5월 26명이 권고사직을 한 데 이어 이달 30명이 사직을 기다리는 처지다. 조직개편이 단행될 때마다 고용위기가 찾아온다. 임금은 수년째 제자리다.

김철수 위원장은 "한국오라클은 입사 당시 연봉이 정해지면 이후 임금인상이 거의 되지 않는 특이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며 "투명한 인사제도와 임금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3명으로 출발한 노조는 설립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린 16일 하루에만 조합원을 200여명으로 늘렸다. 한국오라클 전체 직원은 1천200여명으로 노조 가입대상은 1천여명이다. 노조는 이달 중 과반수노조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IT업계 노조설립 바람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IT업계에서 최대 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킨뒤 한국지사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A업체 노동자들도 노조설립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 관계자는 "IT업계는 신기술 도입과 조직개편으로 고용불안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데다, 노동자들도 이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토가 있다"며 "최근 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고용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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