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 계획에서 용역노동자 1만여명 가운데 85%를 간접고용으로 유지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최소한으로 해석해 공사가 자체 판단한 생명·안전 분야 민간용역업체 노동자만 직접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은 공공기관 중에서 간접고용 규모가 가장 크다.

기존 자회사 그대로 유지

철도노조는 15일 “코레일의 정규직화 추진방안은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이 작성한 ‘철도공사 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방향’에 따르면 사측이 파악한 간접고용 인력은 9천187명이다. 코레일 5개 자회사 소속 2천464명과 민간위탁 노동자 6천723명이다. 코레일은 자회사 위탁업무가 정부 가이드라인 '전환예외 사유'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2천464명을 직접고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코레일이 자체 분석한 생명·안전업무는 차량정비·선로보수·전기보수·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소방설비 유지보수 등 5개 업무다. 전체 1만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가운데 5개 업무에 종사하는 민간 위탁업체 소속 1천337명만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본 것이다.

해당 자료는 지난 11일 오후 코레일 대전충남본부에서 열린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 전환을 위한 철도공사 노·사·전문가 중앙협의기구 2차 본회의에서 코레일이 제출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대열 노조 코레일관광개발 용산익산지부장은 “전체적으로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치는 안이었다”며 “생명·안전 분야조차 축소해석해 정규직화 전환 분야를 최소 규모로 면피용 수준에서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고 비판했다.

직접고용 전환해도 근무체계 현행대로

코레일 계획대로라면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지 의문이다. 코레일은 추진방향 자료에 “용역업체 근무체계는 전환 후에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7조3교대·야간제·특수일근제로 제각각인 간접고용 노동자 근무체계를 공사 정규직이 시행하는 3조2교대제로 바꾸면 500여명의 인력증원이 필요하다. 코레일은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증원협의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또 정규직 전환시 세부 검토사항으로 직무 특성별 직렬을 신설하고 단일직급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별도직군을 신설해 별도 보수체계를 적용한다. 직무급을 도입하고 호봉제 적용을 지양한다. 직접고용 인원도 온전한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노조는 “청소·경비업무가 외주화된 다른 공기업과 달리 코레일은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사·역무원·시설관리원·차량정비원처럼 정규직 업무가 외주화돼 있다”며 “코레일의 주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회피하기 위해 억지로 업무를 구분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정부 정규직화 방안 역행” 반발

정규직화 정책이 전반적인 일자리 질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레일은 용역업무 인소싱 고려사항 항목에 “용역업무 인소싱시 인건비 증가로 경영부담이 있으므로 공사 기존 직원 인건비 조정 필요”라고 명시했다. 직접고용 소요비용을 기존 정규직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선욱 노조 미디어소통실장은 “정규직화 논의를 인건비 문제에 가두면 논의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원래 취지에 맞게 생명·안전업무와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를 우선 진행하고 그 규모에 걸맞게 정부와 인건비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열 지부장은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지만 협의회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노·사·전문가 중앙협의기구 3차 본회의는 이달 말 열린다. 코레일은 다음달 전환 방식과 전환 인원을 확정해 정부와 정원 협의를 거친 뒤 내년 1월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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