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칼퇴근할 수 있는 직업일까. 현실은 정반대다. 대다수 공무원이 야근을 밥 먹듯 한다. 업무가 많은 탓도 있지만 시간외수당(초과근무수당)을 포기할 수 없는 여건도 작용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공무원은 어느 정도 초과근무를 할까. 불행히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정부도 모른다.

인사혁신처는 그간 “비현업(일반직) 공무원 1인당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20시간 정도”라고 했지만 이것은 신뢰성이 낮은 통계다. ‘2개 기관 샘플조사’를 바탕으로 파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는 노사공동연구회에 의뢰해 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 초과근무시간 현황을 파악했다. 1인당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을 봤더니 A기관은 20시간, B기관은 60시간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는 상대적으로 짧은 A기관의 초과근무시간을 발표했다. 2개 기관 모두 집배원 같은 현업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은 70시간을 웃돌았다. 인사혁신처 조사 결과는 2개 기관에 국한한 것이다. 기관마다 초과근무시간 편차도 크다. 현업과 비현업 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은 비교할 수 없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5조에 따르면 초과근무수당은 비현업 공무원은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 초과근무수당은 저녁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을 고려해 지정된 1시간을 공제한다. 하루에 4시간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3시간분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된다. 초과근무수당 단가는 기준호봉의 55% 정도다. 시간당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는 근로기준법 기준보다 낮다. 이를테면 9급 공무원의 1시간 초과근무수당은 8천117원이다. 시간당 최저임금(2017년 기준 6천470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반면 현업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지급 상한은 없다. 현업 공무원과 비현업 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 편차가 나타나는 까닭이다.

공무원 근무실태는 공무원 노동계가 의뢰해 조사한 것도 있다. 전국통합공무원노조·광주광역시서구공무원노조 등 2017년 대정부공동교섭단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공무원 초과근무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태준 상명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41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초과근무 실태를 공개했다. 주당 초과근무 평균일수는 2.7일, 초과근무 1회당 평균시간은 3시간이었다. 주 5일 근무를 전제로 약 8시간, 월 평균시간으로 집계하면 약 32시간 초과근무를 하는 셈이다. 월 평균 초과근무수당 수령액은 20만원 미만, 20만~30만원 순이었다. 이런 결과는 월 평균 20시간이라고 발표한 인사혁신처 조사 결과와 대비된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와 통합공무원노조의 조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저 공무원 근무시간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정확한 실태는 알 길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초과근무 축소와 연차휴가 100% 소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초과근무 감축을 통해 절감된 재원을 활용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사혁신처는 10월까지 중앙정부 전 부처 근무시간·초과근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정부 실태조사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대다수 공무원이 속한 지방자치단체는 제외했다.

정부가 나서 중앙부처 공무원 근무실태 조사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일과 가정 양립을 추진한 것에 비하면 진일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 공무원에 국한된 조사는 한계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조사설계부터 지자체 공무원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공무원에게 초과근무 총량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실 행안부 계획은 억지에 가깝다. 일에도 순서가 있다. 행안부는 지방공무원 근무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게 먼저다.

조태준 교수팀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업무과다와 고질적 야근문화, 승진 인사관리 고려 등을 이유로 초과근무를 했다. 반면 "초과근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는 답변도 높은 순위에 들었다. 제정애 통합공무원노조 창원시지부장은 “병역을 마친 9급 3호봉 남성공무원 본봉은 153만700원이고, 월 최대 초과근무수당은 54만3천839원”이라며 “공무원이 수당에 목매는 이유는 부족한 급여를 보전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하위직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떳떳하게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일선 공무원들도 초과근무 개선을 원한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공무원 수용성을 높여야 하지 않겠나. 문재인 정부는 초과근무에 얽매이는 하위직 공무원의 고충을 헤아려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