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생태계를 뒤흔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배경에 정부 차원의 특혜지원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KT와 카카오가 각각 케이뱅크·카카오뱅크를 지배하기 위해 사전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T와 카카오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내용의 지분매매 약정을 계약서에 담았다.

KT는 케이뱅크 지분 28∼38%,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한 콜옵션과 풋옵션을 주주 간 계약서에 넣었다. 콜옵션은 미리 정해 둔 조건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은 정해 둔 조건으로 주식을 팔 권리를 말한다. KT는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이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4%, 의결권 없는 지분을 합쳐도 10%로 규정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는 기업들이 은행에서 고객예금을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가져다 쓰지 못하도록 해서 안전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만들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지분 비율을 완화하거나 인터넷은행은 예외로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KT와 카카오는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면 1년 안에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뒀다. 두 회사가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은행 지배를 목표로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었고, 박근혜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면서 법 제·개정을 추진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박용진 의원은 "인터넷은행 인가 때 금융위원회가 은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를 촉구했는데, 최대주주 변경 콜옵션 계약 성사를 금융위가 공개적으로 밀어준 것"이라며 "금융위가 아직까지도 은산분리 완화에 적극적인 것은 기존 특혜조치를 완성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은산분리 규제 문제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야당은 규제완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여당에서는 찬반 입장이 엇갈린다.

정무위는 16일 금융위 국정감사를 한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과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한다. 박 의원은 "인터넷은행에 (규제완화)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은산분리 원칙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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