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사회권위원회)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한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행 움직임이 빨라질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권고 내용의 취지나 방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11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9일(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발표된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최종 권고문에는 △노조할 권리 보장 △최저임금 인상 △특수고용직 포함 비정규직 법적 보호 △한국기업 인권침해 규제를 우리나라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모든 사람이 노조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노조 활동에 정부와 사용자의 자의적 개입을 예방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하라"며 ILO 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 비준을 권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직자 노조가입 문제 때문에 법외노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나 전교조 문제도 권고 대상에 포함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월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 달라”고 발언한 바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도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이다.

노동자가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게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거나 하청노동자·파견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라는 내용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다르지 않다. 국회에도 노동 3권 사각지대에 놓인 23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번 유엔 권고로 국회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권고내용의 취지나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며 "관련 실무기관에 권고 내용을 주지시키고 권고이행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별철폐나 ILO 협약 비준은 정부의 공약·정책과제에도 나와 있는 것이니 면밀히 검토해 계획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 기업인권과 차별금지법, 노조할 권리에 대한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18개월 안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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