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10일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지난 8월 휴스틸 당진공장에서 상하차 작업 도중 사고로 사망한 고 정아무개씨의 분향소를 차리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화물노동자들이 휴스틸 당진공장 앞에 있던 고 정아무개(53)씨 분향소를 트레일러에 싣고 상경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길이 19미터짜리 트레일러 농성장을 차렸다. 트레일러 위에는 고인의 사진과 관, 탁자와 초가 놓였다. 스피커에서는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화물차 운전을 하던 특수고용 노동자 정씨는 8월21일 휴스틸 당진공장에서 파이프를 차량에 싣는 작업을 하다 추락했고 다음날 숨을 거뒀다. 유족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인천지부와 원청인 휴스틸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날로 50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휴스틸 본사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 농성장을 차린 것이다. 노조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박훈 휴스틸 대표를 채택하라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본부는 이날부터 휴스틸 본사와 합의에 이를 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

휴스틸 "회사 책임 50%" 주장

사망사고 이후 휴스틸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이 속속 확인됐다. 파이프를 차량에 싣는 작업은 크레인 조종사와 물품을 크레인 갈고리에 거는 작업자, 차량 위 적재 작업자 등 3인 1조로 해야 한다. 전체 운반 과정을 지휘하는 유도자도 배치해야 한다. 휴스틸 당진공장 차량기사 현장 안전 수칙에도 “공장 창고 내에서 배회하지 말고 차량에서 대기할 것”과 “기중기 및 공장 내 물건을 절대 손대지 말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휴스틸은 그동안 원청 직원 2명만 해당 작업에 배치해 왔다. 전체 작업을 관할하는 유도자도 없이 차량운전자가 차량 위에서 적재물을 받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 공급자가 인력을 부족하게 배치해 화물차 운전자들이 운전업무 외에 상하차 업무를 요구받고 있다”며 “안전조치 없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상하차 작업에 내몰리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휴스틸 당진공장장과 현장안전 책임자, 사고 당시 고인과 함께 작업을 한 원청 직원 등 5명을 과실치사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화물연대본부는 박훈 휴스틸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국정감사에서 원청 책임 물어야”

지난달 말까지 노조와 본사가 협상을 했지만 유족 보상 문제에 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본사는 회사 책임을 50%만 인정했다. 박종관 화물연대본부 인천지부장은 “유족들이 고인에게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쌍방과실이 아닌 원청 휴스틸에 모든 책임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노동부 국정감사에는 휴스틸 추락사와 관련해 화물연대본부 인천지부 관계자가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훈 대표이사의 증인채택을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 화물연대본부는 이날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박훈 대표의 증인채택과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무임으로 원청 일을 하다 사망했는데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원청 사업주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감에서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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