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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프랜차이즈 기업의 외주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외주화는 대세였다. 외주화는 곧 성공모델과 등식이었다. 제조·유통업계에서 외주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모든 직종 또는 직무에서 외주화가 이뤄졌고, 불법적인 ‘임금 꺾기’도 성행했다. 이제는 이런 관행이 통용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불법·탈법을 은폐한 외주화에는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파리바게뜨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이 그 사례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는 협력회사(파견회사) 소속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에 파견된다. 협력회사는 파견사업주이며, 가맹점주는 사용사업주 격이다. 이렇게 보면 파리바게뜨 본사와 제빵기사는 근로계약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를 불법파견 사용사업주로 판단한 이유는 뭘까.

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파견회사 소속 제빵기사에 대해 인사·노무 관련 업무를 지휘·명령한 증거들을 확보했다. 파견회사는 그저 면접·근로계약·4대 보험 납부를 대행했을 뿐 제빵기사 업무는 본사가 직접 지시했다.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는 카톡방을 통해 출근시간이나 지각 사유 등을 보고받아 제빵기사들을 관리했다. 이쯤되면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 판정은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간 법원은 파견회사의 경영권 독립성 여부, 정직원·파견직원 혼재작업 등을 불법파견의 징표로 판단했다.

일각에선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의 도급계약 주체는 가맹점주라며 이번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일부 야당의원이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명칭과 관련없이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차 하청업체라도 원청이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했다면 사용사업주로 규정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파리바게뜨도 여기에 해당한다. 파리바게뜨에 대한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카페기사(5천378명)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물론 프랜차이즈 업계와 일부 야당의원들은 노동부 판정으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도미노식으로 철퇴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다. 과도한 주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유통업계에서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프랜차이즈가 급속도록 확산했다. 종전 기업이든 창업 기업이든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손쉽게 사세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했다. 대량해고로 발생한 실업자들은 이들 기업의 ‘봉’이었다. 프랜차이즈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불법 고용과 임금 꺾기의 희생양이었다. 파리바게뜨는 대표적인 기업이었지만 여느 프랜차이즈 기업과 달랐다.

파리바게뜨 지주회사인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은 텔레비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실제 모델이었다. 허 회장은 2세 기업인이지만 외국 유명 제빵학교를 나올 정도로 제빵업계 전문가다. 보통 가맹점주가 고용하는 제빵기사에 대해 본사가 불법임에도 직접 관리했던 것은 역설적이지만 파리바게뜨가 업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본사는 완제품과 빵 재료를 보낼 뿐만 아니라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파견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맛을 내는 빵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편으론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에 대한 인력비용을 가맹점주와 나눌 수 있는 이점도 챙겼다. 파리바게뜨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다. 불법적인 외주화는 더 이상 안 된다. 외주화는 고용시장을 어지럽히는 '좀비'다.

SPC그룹 계열사인 배스킨라빈스코리아(비알코리아)는 2012년 외주화로 인한 갈등에 휩싸인 바 있다. 충북 음성 소재의 아이스크림 공장을 운영했던 비알코리아는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를 사내하청업체(서희산업) 소속으로 변경시켰다. 서희산업 노동자는 노조를 결성해 비알코리아 직원과의 임금차별 해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했다. 비알코리아와 서희산업노조는 정규직화에 합의했지만 회사측이 곧바로 합의를 파기했다. 합의를 번복한 후 회사측은 황당한 변명을 했다. 비알코리아는 “5년 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하면 정규직화를 고려하겠다”며 대신 서희산업과의 10년 도급계약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결국 파업 86일 만에 노사는 원청인 비알코리아 수준으로 서희산업 노동자의 정년(57세)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비알코리아의 오락가락 행보는 지주회사인 SPC그룹 행보와 무관하지 않았다.

비알코리아측이 거론한 그 5년이 지났다. 증거가 명확한데도 불법적인 외주화를 눈감아 주던 시절도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했다. 그야말로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바게뜨는 5년 전 비알코리아처럼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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