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는지 평가하기 애매한 업무와 관련해 상시·지속업무 판단을 해당 부처·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계약만료로 거리에 나앉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이라는 이유로 10년 넘게 일한 도서관 개관연장사업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처했다. 서울의료원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둔 청소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부가 "계약연장을 하면 2년을 초과하게 되고 정규직 전환 대상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일단 계약을 만료 조치를 하라"는 조치요령까지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무난하게 무기계약직 전환이 예상됐던 기간제 노동자들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이 되레 불안정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외항 특수경비직 “쫓겨날 날만 기다리는 처지”=28일 공공연맹 인천항보안공사노조에 따르면 인천항보안공사 소속 기간제 특수경비원 118명 중 10여명이 최근 계약해지됐다. 올해 5월 이전에는 기간제로 2년을 근무한 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6월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 4명이 계약해지된 뒤 매달 계약만료가 도래하는 직원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노동자 70여명은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된다.

인천항보안공사 기간제 A씨는 “6월 이후 계약직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대책도 없이 쫓겨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정부 정책에 우리가 역풍을 맞은 것 같다”며 “100명 넘게 일자리를 잃는 상황인데 정부도 공사도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천항보안공사는 인천항만공사 자회사다. 인천항 경비·보안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공사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인천내항과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한다. 기간제 비정규직은 인천외항 15개 부두에 배치돼 근무한다.

인천외항 경비업무는 민자부두 운영사가 공사에 위탁해 운영한다. 공사는 이들을 정규직화하면 민자부두 운영사가 추가비용 부담 때문에 계약해지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로 판단을 미루고 있다.

◇노동부·해수부 “해당 공공기관이 결정할 사안”=특수경비원 해고 사태 배경에는 정부가 있다. 해수부는 무심했고 노동부는 무책임했다. 민자부두 경비업의 상시·지속업무 여부를 질의한 해수부에 노동부는 “해당 업무가 정규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노동부는 답변서에서 △공사와 민자부두사의 계약관행 △민자부두의 경비·보안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게 된 배경 △향후 해당 공공기관이 민자부두 경비·보안업무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 △항만 경비체계에 대한 관계부처의 정책방향 △민자부두사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심의위에 주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규직화 여부는 부처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책임경영 원칙상 해당 공공기관에서 하는 것”이라며 “공사측에 가능한 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정규직 전환 심의위를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하라는 지침을 공공기관에 내려보냈다. 그런데 현재까지 공사는 심의위를 구성하지 않은 상태다.

김영훈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해수부와 노동부의 무책임한 핑퐁게임에 현장노동자가 해고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7년간 지속해 온 업무가 상시·지속업무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상시·지속업무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규직 전환 비용이 문제라면 관계기관과 민자부두 운영사의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며 “정부와 인천항만공사·인천항보안공사가 비정규직 특수경비원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부 ‘전환대상 여부 불분명하면 계약만료’ 지침=노동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10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 마련 이유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전환 대상 확정 전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계약해지와 관련해 현장 혼선이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근무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2년 범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잠정 연장하도록 하면서도 계약기간 2년을 채운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전환 대상 여부가 불분명하면 일단 계약만료 조치를 하라"고 밝혔다. 다만 추후 전환 심의위에서 전환대상이 된 경우에는 반드시 전환대상에 포함하라고 했다. 2년 계약기간을 채운 비정규직은 해고를 감내한 뒤 기관 심의위 처분을 기다리라는 얘기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침은) 계약만료자라 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전환대상으로 결정하면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각 기관에 심의위 구성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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