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 26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아주 특별한 선언과 제안을 했다. “대통령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그것이다.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틀을 넘어선, 더 큰 의제를 다루자고 8개 주체의 참여를 독려했다. 양대 노총과 노사정위원회·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경총·대한상의까지 아울렀다. 무엇보다 “합리적 조정자이자 이행담보자로서” 문재인 대통령 참여를 진지하게 요구했다.

발표 직후부터 각 매체를 통해 다양한 평가와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신선하고 가치 있는 제안인 것이다.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 5개월여를 “대통령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대통령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노동정책이 펼쳐졌다. 높은 지지율이 추진력을 뒷받침했다. 높은 지지율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경고음이 들린다. 기간제 선생님의 정규직화 불발이 좋은 예다. 반동이 일기 전에 노사정 각 당사자가 나설 때인 것이다.

김 위원장의 제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다. 이해관계 당사자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문제는 더더욱 사회적 대화 틀에서 풀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힘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만 지금의 노사정위원회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안타깝게도 노사, 그리고 현 정부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다.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사실이지 않는가. 그래서 새로운 접근과 시도가 요구된다.

김 위원장은 크게 3단계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실천안이다. 그동안 노사정 합의는 형식상 ‘합의’만 했지 정작 이행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지속가능한 집행을 위해 참여 주체를 열어 두고, 특히 각 주체 간 신뢰를 쌓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8개 주체가 참여하는 회의체 구성이다. 2단계는 신뢰구축, 노사 및 각 주체가 동의하는 의제부터 합의해 나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 가는 기간이다. 3단계는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공동선언’ 도출이다. 2019년 4월을 선언 시점으로 정했다. 건국 100년, 국제노동기구(ILO) 발족 10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기점으로 우리사회가 노동을 존중하고 마침내 문명국으로 진입하자는 계획이다. 적극 공감한다.

하루가 지났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일자리위원회도 있는데 뭘 또 하자는 말인가”라는 소리가 들린다. 사회적 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대화를 가로막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이다. 현재 일자리위는 그저 ‘일자리’ 위원회일 뿐이다. 노동계에서 비판한 것처럼 현재 일자리위에는 진정한 의미의 ‘노동’은 없다. 지금까지 어떤 의미 있는 과정과 결과가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누구는 “8자가 무슨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 “국회라면 몰라도”라며 토를 단다. 상대적으로 국회와 대통령이 가장 높은 수준의 정당성을 갖는다는 것은 잘 안다. 그래서 헌법에서 두 기관에 입법 기능과 국가원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헌법과 법률의 위임을 받은 기관 또한 민주적 주체로서의 정당성을 갖는다는 게 우리나라 헌법 정신이다.

그리고 이참에 되묻는다. “현재의 국회가 뭘 했느냐”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우정노동자·운전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데도 근로기준법 59조 개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물 건너갔다고들 한다. 국회가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입법과 제도개선을 하리라는 기대는 버릴 때도 됐다. 그들 스스로가 자행하는 직무유기를 더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는가.

더 이상 이대로 기다릴 수많은 없지 않는가. 입법사항이 아닌, 사회적 합의로 해소할 수 있는 현안은 찾아보면 셀 수 없이 많다. 25일 노동부에서 2대 지침을 폐기한 것이 좋은 예다. 근기법 59조를 개정하지 않더라도 그만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합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초과 허용 노동시간에 대한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장시간 노동과 체불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합의해 보자.

제안받은 각 주체는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김주영 위원장의 제안에 크게 화답했으면 좋겠다. 곧 그러리라 기대해 본다. 선거공약에서부터 최근 몇 차례 사회적 대화 복원을 약속하지 않았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함께해야 멀리 갈 수 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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