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영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여기 한 명의 노동자가 있다. 그는 10년 넘게 운전기사로 근무해 오면서 불규칙한 근무일정과 열악한 근무환경, 회사 임직원들의 노골적인 따돌림과 폭언 등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2014년 5월21일 ‘긴장형 두통, 경도인지장애, 우울병’ 진단을 받게 됐다.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특정할 수 없고, 신청 상병 중 경도인지장애·우울병은 상병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한 소송이 시작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1월19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업무상재해로 인정을 받았으나, 공단은 항소했다. 2017년 1월23일 서울고등법원의 항소 기각 판결이 확정되면서 겨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앞에 놓인 현실은 가혹했다. 공단은 2014년 5월21일부터 2015년 5월31일까지는 휴업급여 지급을 인정하면서도 2015년 6월1일부터는 ‘취업요양’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통원일수에 대하여만 휴업급여를 지급했다.

공단의 결정 이유는 이렇다. “안과·치과·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취업 가능성이 높은 상병이나, 통원기간·요양주기 등을 고려할 때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진료계획서 처리 시 상병상태, 치료 경과 등을 확인해 의학적인 판단 후 취업요양 여부를 결정하는데, 현 상병 상태는 통원요양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되며, 이후 재판정 고려함이 필요하고 취업요양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에 실제 통원한 날만 지급한다.”

당시 그는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신적 스트레스의 근원인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수밖에 없었고, 더 심해진 따돌림과 폭언·욕설 등은 긴장형 두통, 경도인지장애, 우울병을 악화시켰으며, 급기야 본인 스스로 이러한 상병 상태로는 도저히 운전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2015년 7월경 휴직하고 현재까지 대학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공단은 2015년 6월1일부터는 ‘취업요양’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단의 이러한 결정에는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는 휴업급여 지급요건 중 ‘취업’의 의미를 “재해 당시 사업장의 해당 업무 또는 다른 업무로의 복귀, 다른 사업장에의 취업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서는 자영업 등 생업의 범주까지 포함한다”는 행정해석과 지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공단은 안과·치과·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상병은 쉽게 취업이 가능한 것으로 전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취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해당 상병으로 요양하는 기간 동안에는 휴업급여를 지급받기가 더 어렵다.

업무상재해임을 인정받기 위한 2년간의 소송을 마치자마자 또다시 휴업급여 지급을 위한 법적 다툼을 해야 한다는 현실에 그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제기한 심사 청구에서 “상병 상태로 보아 취업요양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해 원처분기관인 공단 결정을 취소했고, 휴업급여가 전부 지급됐지만, 휴업급여 지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 소개한 사례는 비단 한 명의 노동자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업무상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빈번하게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노동자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보호를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입법 목적과 휴업급여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휴업급여 지급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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