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간접고용 노동자, 노조할 권리 해법찾기 토론회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가 세브란스병원의 노조설립 방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노(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집회정보(9·8, 9, 12, 13) 만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노노대응 유도 바람.” “명심하겠습니다.”

지난해 9월 세브란스 병원 소속 최아무개 사무팀 파트장과 병원 본관 청소업무를 위탁받은 태가비엠㈜ 현장관리소장이 업무일지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다.

세브란스병원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업무일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원청과 하청이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노조파괴 공작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 노조의 갈등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한쪽 노조 조합원들이 일시에 몸담던 노조를 탈퇴해 다른 노조에 가입한 사건도 일어났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순 가입상담 2주 만에 전체 근무자 200여명 중 136명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는데, 현재 조합원수는 40여명으로 줄었다.

최다혜 지부 조직차장은 “민주노총 가입이 이어지자 현장관리 소장이 조합원 하나하나를 개별 면담해 ‘민주노총은 안 된다’고 회유·협박해 수많은 조합원들을 탈퇴시켰다”며 “원청은 하청과 공모한 것도 모자라 ‘병원 100미터 접근 근지’ 같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노골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 민주노총이 26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노조할 권리 해법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원청 "노노대응 유도하라", 하청 "명심하겠습니다"=이날 토론에 앞서 노조할 권리를 억압당한 현장 사례가 발표됐다. 곽형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쟁의권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회가 파업에 나서면 사측이 AS콜을 인근 서비스센터에 넘기거나 원청 서비스기사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곽 부지회장은 “쟁의행위시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 금지 원칙은 간접고용 체계에서 무용지물”이라며 “원청은 노동자 노동조건 등에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자로 봐야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쟁의권을 무력화하는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통신 비정규 노동자들도 유사한 고충을 겪고 있다. 최오수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2014~2015년 노동자성 인정투쟁을 했는데 당시 노조 조직률은 35%, 파업 초기 참가율은 90%를 넘었다”며 “그런데 원청이 하청업체 비조합원을 차출해 가성센터를 만들어 파업을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원청 파업 방해, 금지해야"=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 범위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노조법 2조 사용자 정의를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확대할 경우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며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쟁의행위시 원청 방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스페인 법원이 마드리드 지역에서 코카콜라 브랜드 음료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원청이 다른 협력사가 제조한 음료를 마드리드 지역에 들여오려던 것을 불법으로 판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계획을 소개했다. 정길채 더불어민주당 노동정책 전문위원은 “입법과제로 제시된 사용자 개념 확대와 부당노동행위 책임 확대 등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당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입법안들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등용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간접고용 남용 근절을 위해 입구를 차단하고 상시·지속업무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법제화에 간접고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기본 방향”이라며 “간접고용 출구확대 일환으로 불법파견과 도급 기준 법제화로 불법파견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