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26일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사정 8자 회담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이 새로운 형식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 회의다. 문 대통령과 양대 노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총·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대표하는 8인 주체가 모여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의견이 저마다 달라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논의가 촉발될 전망이다.

김주영 위원장 “대통령 참여해 노사정 신뢰 구축”

김주영 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하자”며 8자 회의를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는 노사정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며 “합리적 조정자이자 이행 담보자로서 대통령을 초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3단계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1단계는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 회의를 구성하고 2단계는 노사가 공감하는 쉬운 의제부터 합의해 노사정 간 신뢰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에는 노사정이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공동선언을 한다. 공동선언 시점도 2019년 4월로 제시했다.

한국노총이 8자 회의를 제안한 배경에는 기존 노사정위에 대한 노동계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이 있다. 그간 양대 노총은 “노사정위 복귀는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창립 이듬해인 1999년 탈퇴했고 한국노총도 2015년 9·15 노사정 합의 직후 박근혜 정부가 합의안을 깨고 노동관련 5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대 지침을 강행하자 지난해 1월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새로운 대화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노동·공약 중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의제들, 조속한 이행을 요구받는 의제들을 먼저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민" 노사정위 "환영" 민주노총 "시기상조"

김 위원장은 이날 새로운 사회적 대화 실현을 위해 노사정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민주노총을 제외하고는 대화 재개에 긍정적이다. 청와대 반응은 나쁘지 않다. 다만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산업별·업종별·지역별·의제별 사회적 대화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노총으로부터 1단계 대화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며 “이제 제안을 받은 것이니 이를 상세히 검토해 보고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적극적이다. 문성현 노사정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사정 당사자들을 모아 얘기를 듣고 (사회적 대화 시작을) 갈무리해 주는 건 적절하다고 본다"며 "청와대에도 이런 뜻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대통령도 노사정위를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로 개편하자고 말씀한 바 있다"며 "한국노총의 제안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2대 지침 폐기 이후 나온 대화 복원 제안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며 "(8자 회의 같은) 대화 형식을 떠나 사회적 대화를 하기 위한 논의기구가 빨리 복원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가 아닌 “노정교섭이 필요한 시기”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아직 노정 간 신뢰가 쌓이지 않은 조건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 제안은 적절하지 않다”며 “과거 실패한 노사정위 모델이나 노사정 대표자회의 구조의 틀을 넘어선 노정·노사·노사정 교섭구조가 중층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사회적 대화 재개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노사정위에서 대화하자는 입장이다. 남용우 경총 이사는 “노사가 현장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어젠다를 놓고 협의해 신뢰를 쌓은 뒤, 중앙 단위에서 대타협을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정부도 노사정위 정상화를 말하는 상황에서 다른 협의체를 제안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다”면서도 “노사정위와 일자리위원회가 있는데 새로운 대화체를 제안하는 게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나 청와대가 제안을 수용할지가 관건이 아니겠느냐”며 “정부가 동의한다면 대한상의가 8자 회의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고 덧붙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