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26일 제안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3단계 프로세스', 이른바 '8자 회의'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노총 제안은 사회적 대화 1단계로 8개 주체(대통령·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한국노총·민주노총·대한상의·한국경총)가 참여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2단계 새 정부 노동·복지 공약 중에서 노사가 공감하기 쉬운 의제부터 합의한 뒤, 3단계 2019년 4월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을 하자는 것이다.

◇8자 회의 성사될까?=8자 회의라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부터 끝까지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노사정 대화 주체들을 불러 모아 사회적 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 달라는 제안이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시작을 열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 확대재편을 포함한 새로운 대화기구 구성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소규모 대화체를 구성하고, 8명이 모여 사회적 대화 시작을 알리는 행위 자체를 1단계 신뢰회복으로 본다는 뜻이다.

일단 8자 회의 성사의 '키'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 한국노총 제안은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이 자처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 입장에서는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실제 새 정부 국정과제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결과물을 도출하려면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법 제·개정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노총으로부터 1단계 대화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며 "이제 제안을 받은 것이니 상세히 검토해 보고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이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노사정 당사자들을 모아 얘기를 듣고 (사회적 대화 시작을) 갈무리해 주는 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정부의 사회적 대화전략,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노사정위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당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논의하는 형식 역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할 것"이라며 "노사정위라는 이름이 불편하면 이마저도 버리고 제3의 기구라도 만들어 토론해 보자"고 제안했다.

청와대가 수락할 경우 노동부·기재부나 재계의 참여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민주노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국노총의 제안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정·노사·노사정 간 다층적·중층적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8자 회의에서 다뤄질 수 있는 의제는?=만일 8자 회의가 성사될 경우 이 테이블에서는 새 정부 노동·복지 공약에 포커스가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경우 정부도 ILO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 비준과 이에 따른 각종 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가 "조속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해 온 만큼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당연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 개정 논의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단축과 단체협약 시정명령 폐기·통상임금에 대한 행정해석도 의제가 될 수 있다. 노동계는 그간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인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일 것을 요구해 왔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축소해 나가다 궁극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도 다뤄질 수 있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기본급과 고정수당 외에 상여금·식비·교통비까지 포함하는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쉬운 의제부터 풀어 나가자"는 제안에 공감하고 있다. 남용우 한국경총 이사는 "산업현장 법·질서 지키기와 장기 분규사업장 지원, 산재 예방활동, 생산성 향상 같은 의제를 다룰 수 있고 현장에서 근로시간을 줄여가도록 공동으로 컨설팅해 줄 수도 있다"며 "법·제도 개선과 관련한 것은 민감한 부분이 있고 다투게 되기 때문에 의제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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