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공사가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준다며 단기근로계약을 맺은 뒤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해고를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회사가 직영매장 5곳을 도급업체 운영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기존에 채용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속인 뒤 해고했다는 것이다.

25일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인삼공사지부는 “한국인삼공사가 직영매장 계약직 비정규직에게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겠다며 단기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했다”며 “실질적으로 도급 전환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 미끼를 활용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인삼공사는 케이티앤지 민영화 과정에서 홍삼사업부문을 받아 1999년 1월 설립된 곳으로 지난해 852억1천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인삼공사는 이달 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있는 직영매장 7곳 중 5곳을 도급으로 전환한다. 지부에 따르면 7개 직영매장에는 판매직(정규직) 29명과 기간제 20명이 근무한다. 회사는 6월 기간제를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을 위한 면접 일정을 공지했다. 계약이 6~9월 만료되는 직원이 면접 대상이다. 그런데 회사는 면접을 보기 전에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계약기간을 9월30일까지로 하는 단기근로계약을 요구했다. 통상적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1년 단위 계약을 다시 맺었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면접을 진행할 때 사측이 ‘대통령을 잘 뽑아서 정규직을 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해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며 “결과는 7명 탈락이었고, 합격한 2명도 제주공항으로 발령됐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도급 전환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와 집회를 하고 있다.

인삼공사측은 “계약이 만료된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도 정규직 전환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사는 “전국 매장에서 비정규직 18명이 응시한 결과 8명이 합격해 44%가 정규직이 됐다”며 “제주공항 발령은 제주도가 자체 채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결정한 사항이며 동일업태(면제점)에서는 일반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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