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정부가 올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대선공약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용형태 간 이동이 불가능한 신카스트 체계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017 한국비정규노동박람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정책과 일자리위원회의 과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숨겨진 노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비정규노동박람회는 서울시와 전태일재단·한국가사노동자협의회 공동 주최하고,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한비네)·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전국지방자치단체노동센터협의회·서울노동권익센터가 공동 주관했다.

“일자리위 정책 컨트롤타워로 역할해야”

이날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는 주제발표에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직접고용·자회사·사회적기업 세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며 “자회사와 3섹터 방식은 정규직 전환이라고 볼 수 없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상시·지속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무기계약직에다 자회사 방식까지 도입되면 신카스트 체계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방식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고 정규직 전환을 어렵게 하는 절벽으로 존재할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없고 별도의 위계적 신분으로 분절돼 있어 공공부문의 ‘신카스트’ 구조라고 불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시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합리적 절차를 통해 비정규직 이해관계가 대변될 수 있어야 하고 어떠한 조건에서도 비정규직 당사자의 집합적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에 대해서 조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대선공약 핵심원칙을 훼손했음에도 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설립된 일자리위에서 논의·채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일자리위는 일자리정책을 수립·조정·협의·실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결정 뒤 공공기관 정규직화 추진 위축”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논의를 조정·중재하거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고용노동부 중앙 컨설팅팀에 참여하고 있는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주제발표에서 “각 기관마다 쟁점이 많다”며 주요 쟁점을 소개했다. 지자체 무기계약직 호봉제 임금체계를 비롯해 △정규직화에 따른 정원가 총인건비 확보 방법 △정년연장이 필요한 고령자 적합직종 범위 △정규직화 방식에서 자동 전환과 신규채용 방식 △생명·안전업무 범위를 놓고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최근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발표한 이후 각 기관마다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교육부 결정 뒤 다른 기관도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청와대와 일자리위가 부처 간 조율을 하지 않으면 자칫 정규직 전환 정책이 퇴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은 "민간부문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재철 소장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풀고 민간부문은 뒤에 하겠다는 전략은 맞지 않다”며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만들겠다는 기조를 세우고 정권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내하청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단속과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과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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