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던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사고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그는 지난해 9월25일 서울대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병원은 사인을 병사로 발표했다. 촛불을 든 시민의 힘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사인은 외인사로 정정됐다.

정부는 이달 19일 백남기 농민 사망 1주기를 앞두고 “공권력의 난폭한 사용으로 인한 사건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공식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2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백남기 투쟁본부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생명평화일꾼 고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투쟁본부는 “정부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며 “다시는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국가폭력에 희생된 아버지를 둔 가족으로서 경찰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살인경찰 7명을 고발한 지 1년이 다 됐는데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아 가족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백씨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지만 긴 시간 함께하고 고생한 시민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추모사에서 “불의 앞에 항거하고 진리 앞에 주저함이 없었던 백남기 농민의 삶은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 줬다”며 “불의 앞에 진리를 앞세우며 생명과 평화를 만들어 갔던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며 그 유지를 받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동존중을 약속한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지금도 노동기본권과 노조할 권리를 외치는 민중의 삶은 바뀐 것이 없고 적폐는 여전하다”며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며 민주노총이 민주주의와 평등, 생명과 평화가 숨쉬는 세상을 만들고자 평생을 노력하셨던 당신의 뜻을 쉼 없이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3천여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경찰은 살수차와 차벽을 동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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