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기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던지 철퍼덕 땅에 잘도 붙었다. 일어나는 게 문제였다. 서울역에 가까워서다. 광화문에서 거기 멀지도 않은 곳이라지만 기어가려니 다르다. 꾸역꾸역 자벌레 기듯 나아가는데, 일어서는 동작이 흐트러진다. 무릎 짚고 종종 휘청거렸다. 얼굴 차차 붉었고, 흐트러진 머리칼이 뺨에 붙었다. 숨이 가빴다. 과연 그것은 고행이었다. 몸으로 말하기다. 앞서 바닥을 기었던 사람들이 뒤에서 함께 엎어졌다. 기도하는 구도자들이 앞장섰다. 능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호흡을 맞췄다. 별스러울 것도 없었다. 싸움이 이미 길었다. 그건 아픈 일이었다. 다시 말하는 게 입이 아픈 일이라고 토론회 나선 사람들이 말했다. 알고도 여태 어쩌질 못해 마음에 짐 진 이들이 그 곁을 지켰다. 팻말 들고 묵묵히 행진을 따랐다. 물을 건넸다. 엎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해 닿은 곳이 역사 농성장이다. 고속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안내방송이 분주하게 흘렀다. 웃음 많은 KTX열차승무지부장이 땀범벅 얼굴로 결의 발언을 했다. 뒤에서 울던 동료들과 나란히 서서 오체투지 행진을 마무리하는 절을 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