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3-29 일어서는 일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일어서는 일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7.09.22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엎어지기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던지 철퍼덕 땅에 잘도 붙었다. 일어나는 게 문제였다. 서울역에 가까워서다. 광화문에서 거기 멀지도 않은 곳이라지만 기어가려니 다르다. 꾸역꾸역 자벌레 기듯 나아가는데, 일어서는 동작이 흐트러진다. 무릎 짚고 종종 휘청거렸다. 얼굴 차차 붉었고, 흐트러진 머리칼이 뺨에 붙었다. 숨이 가빴다. 과연 그것은 고행이었다. 몸으로 말하기다. 앞서 바닥을 기었던 사람들이 뒤에서 함께 엎어졌다. 기도하는 구도자들이 앞장섰다. 능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호흡을 맞췄다. 별스러울 것도 없었다. 싸움이 이미 길었다. 그건 아픈 일이었다. 다시 말하는 게 입이 아픈 일이라고 토론회 나선 사람들이 말했다. 알고도 여태 어쩌질 못해 마음에 짐 진 이들이 그 곁을 지켰다. 팻말 들고 묵묵히 행진을 따랐다. 물을 건넸다. 엎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해 닿은 곳이 역사 농성장이다. 고속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안내방송이 분주하게 흘렀다. 웃음 많은 KTX열차승무지부장이 땀범벅 얼굴로 결의 발언을 했다. 뒤에서 울던 동료들과 나란히 서서 오체투지 행진을 마무리하는 절을 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엎어지기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던지 철퍼덕 땅에 잘도 붙었다. 일어나는 게 문제였다. 서울역에 가까워서다. 광화문에서 거기 멀지도 않은 곳이라지만 기어가려니 다르다. 꾸역꾸역 자벌레 기듯 나아가는데, 일어서는 동작이 흐트러진다. 무릎 짚고 종종 휘청거렸다. 얼굴 차차 붉었고, 흐트러진 머리칼이 뺨에 붙었다. 숨이 가빴다. 과연 그것은 고행이었다. 몸으로 말하기다. 앞서 바닥을 기었던 사람들이 뒤에서 함께 엎어졌다. 기도하는 구도자들이 앞장섰다. 능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호흡을 맞췄다. 별스러울 것도 없었다. 싸움이 이미 길었다. 그건 아픈 일이었다. 다시 말하는 게 입이 아픈 일이라고 토론회 나선 사람들이 말했다. 알고도 여태 어쩌질 못해 마음에 짐 진 이들이 그 곁을 지켰다. 팻말 들고 묵묵히 행진을 따랐다. 물을 건넸다. 엎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해 닿은 곳이 역사 농성장이다. 고속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안내방송이 분주하게 흘렀다. 웃음 많은 KTX열차승무지부장이 땀범벅 얼굴로 결의 발언을 했다. 뒤에서 울던 동료들과 나란히 서서 오체투지 행진을 마무리하는 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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