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서울시가 민관 협치사업으로 마련한 ‘2017 한국비정규노동박람회’에서 청년 아르바이트 피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은영 기자>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노동자다. 그러나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라 불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알바노동자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알바생이란 단어에는 하대의 의미가 있다”며 “알바노동자라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청년 아르바이트 피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서울시가 민관 협치사업으로 마련한 ‘2017 한국비정규노동박람회’ 프로그램 중 하나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나알바(가명)씨는 “알바노동자는 존중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란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사장은) 내가 너에게 돈을 주기 때문에 너의 감정과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내가 쉽게 화를 내도 되고, 그저 뽑아 먹을 수 있는 데까지 뽑아 먹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한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다.

나씨에 따르면 사장은 10분 단위로 짠 업무목록대로 일할 것을 요구했다. 근무시작 10분 전에 출근해 유니폼을 착용했다. 크지 않은 매장을 뛰어다니며 일하다 기름을 밟고 미끄러지는 일은 일상이었다. 근무하는 7시간 동안 나씨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은 없었다. 사실 휴게공간도 없었다. 손님이 없어 잠시라도 쉬는 기색이 보이면 사장은 곧바로 전화를 했다.

나씨는 “카운터 앞에 잠시라도 서 있으면 사장이 전화를 했다”고 털어놨다. CCTV로 매장을 감시하던 사장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나씨의 말에도 “청소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쉬느냐”며 추가업무를 지시했다.

나씨는 행복하지 않았다. 손님이 오면 "행복을 드리는 파리바게뜨입니다"라고 인사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CCTV로 감시하는 사장 때문에 업무를 다 하고도 늘 행주를 들고 매장 구석구석을 재차 닦아야 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광석씨는 “인건비 때문에 대부분 편의점에서 알바노동자를 한 명만 고용한다”며 “매장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도, 끼니를 제때 해결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계산대 구석에 앉아 먹다 손님과 눈이 마주친 경험을 이야기하며 “너무 민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민망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주휴수당 미지급·근로기준법 위반 개선해야”

알바노동자들은 업계에 만연한 임금꺾기와 주휴수당 미지급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저임금과 낮은 대우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목했다.

편의점·피시방·학원 보조교사·전단·일용직 등 다양한 곳에서 알바노동자로 일한 김지수씨는 “알바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최저의 일자리를 경험하고 있다”고 힘들어했다. 그는 주 22시간을 일하고도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유급휴가를 줘야 하지만 대다수 알바노동자는 유급휴가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

알바노조가 지난해 전·현직 편의점 알바노동자 3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 위반도 43.9%나 됐다. 나알바씨는 “알바 현장에서는 법으로 정해진 주휴수당이나 추가수당은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며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임금체불은 물론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키는 사업장을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법으로 정해진 휴게시간은 지키고, 일한 대가는 정당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많은 알바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2017 한국비정규노동박람회’는 ‘숨겨진 노동’을 주제로 우리 사회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박람회 첫날인 이날 알바노동자 피해 증언대회를 시작으로 21일에는 ‘일자리·노동시장정책 해외사례와 한국에서의 함의’를 주제로 토론회를 한다. 22일에는 전국 노동단체들이 모여 ‘노동센터의 역할과 상근자의 인식’을 주제로 워크숍을 갖는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 정책과 일자리위원회 과제’ 토론회도 개최한다. 23일에는 서울역광장에서 노동법 따라잡기·노동인권지수 테스트, 좋은노동정책 전시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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