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7.8.31. 선고 2011가합105381 등 판결


1. 사건

2011년 10월7일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주도로 기아차 노동자 약 2만7천500명은 사용자가 임금 일부를 통상임금 산정에서 누락했다며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의 미지급임금을 청구했다. 당시 주야 맞교대의 생산체계하에서 노동자들은 연간 2천500시간을 웃도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상시적인 연장·야간·휴일근로와 연차휴가근로로 인해 그 대가 임금의 기준인 통상임금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임금의 권리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아차 사용자는 기본급에 직책수당 등 몇 가지 통상수당을 합산한 금액으로 통상임금을 정해서 법정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지급해 왔다. 노동자들이 소장을 제출하면서 당시 하기휴가비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미지금임금을 청구했던 것이나, 2013년 12월18일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 재직자 조건의 복리후생명목 임금은 제외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별 구체적인 청구금액을 산정해 2014년 3월 청구취지변경신청을 했다.

2. 주장

원고들은 상여금(연 750%)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액을 기준으로 기아차에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해 온 각종 임금의 추가분을 지급해야 한다고 청구했다. 단체협약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청구한 것이다.

이에 피고 사측은 무엇보다도 청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피고는 추가 부담에 따른 경영상태 등에 관해 감정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회계법인을 감정기관으로 선정해 이에 대한 감정절차를 진행했다. 이어 피고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청구취지변경신청을 한 2014년 3월부터 시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임금채권의 소멸시효인 3년 전인 2011년 3월 이전분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소멸시효 항변을 했다. 나아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해당한다 해도 상여금에 포함된 통상수당분(15일 이상 근무시 지급하는 생산직 제수당)과 고정연장수당(30시간)은 제외해야 한다고 피고는 주장하고, 휴무 토요일은 휴일이 아니라서 휴일근로수당 청구는 인정되지 않으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온 유급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하고, 생산직 통상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야 하며, 영업직·일반직 등의 고정연장수당으로 지급하는 특근수당에 관해 추가 연장근로수당 청구는 인정될 수 없는 것이며 약정 연장, 야간·휴일근로시간은 그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하고, 인정근로시간(전임자연장·대의원대회·상객지원 등)은 실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하며, 각종 휴직수당(생리·공상·신상·형사·상병·병가·산재 등)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고들은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관해 휴일근로수당 외에 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청구했다. 이상과 같이 기아차 통상임금 사건은 현재 통상임금 관련 노동자들의 임금청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쟁점이 망라돼 있고, 이를 둘러싼 원·피고 대리인 간 법정공방이 진행됐다.

3. 판결

통상임금의 산정범위에 관해 서울중앙지법은 “상여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은 (약정)통상임금과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통상임금은 그 개념과 범위가 다른 것으로서, 상여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약정)통상임금에 일급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통상수당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이상 일급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통상수당이 (법정)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관계없이 그와 같은 합의는 유효하다”며 상여금 중 일급제(생산직) 통상수당 등도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는 비통상임금 부분은 상여금 산정범위에 관한 기준을 정한 것에 불과하고 그러한 상여금이 법정수당의 기준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해 준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에 따른 미지급임금 산정에 관해 재판부는 첫째, 휴일로 규정하지 않고 휴무하는 날로 정한 토요일에 관해서는 “휴일과 별도의 개념인 휴무일을 인정해 휴일과는 다른 법적 효과를 부여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등으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고, 기아차에서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온 유급휴게시간(2시간에 10분, 연장·야간근무시 2시간에 15분 등의 휴게시간)은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으로서 근로시간”이라고 판시했으며, 인정근로시간(전임자연장·대의원대회·상객지원 등)에 관해서는 근로시간이라고 판시해 원고들의 청구를 인정했다. 이에 반해 일급제(생산직)의 통상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법상 야간근로인 오후 10시보다 1시간 빠른 오후 9시부터 인정한 심야근로 등 법정기준보다 그 근로시간을 더 인정해 온 “인정 연장·휴일근로시간 및 약정 야간근로시간은 각 제외돼야” 하며, 영업직·일반직 등에게 통상임금의 23%로 지급해 온 특근수당(고정연장근로수당)에 관한 추가 청구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적어도 연장수당에 한해 이를 정액으로 산정했는데, 위 원고들이 실제로 연장근로한 매월의 시간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휴직수당 등 각종 약정수당의 추가 청구는 법상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원고들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했다. 한편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관한 연장근로수당 청구에 관해서 재판부의 기존 판결례와 같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또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 법원은 “소가 제기됨으로써 통상임금 재산정을 전제로 한 미지급임금에 관한 소멸시효의 진행은 중단된 것”이라고 판단해 2008년 8월부터 전체 청구기간의 임금청구 소멸시효가 중단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해 ① 2008년부터의 재정상태 등이 나쁘지 않고 ② 근로자들에게 매년 지급한 경영성과급의 합계액이 청구금액 및 인용 원금액을 훨씬 초과하며 ③ 최근의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등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피고가 제출하지 않았고 ④ 전기차 등 향후 투자의 적정규모를 판단하기 어려우며 ⑤ 청구 원금액 6천500여억원 중 인정 원금액이 약 3천126억원에 불과하고 ⑥ 일시불로 지급이 어려워도 노사합의로 분할 상환도 가능하며 ⑦ 원고들의 법정수당 근거가 되는 과거의 초과근로로 생산한 부분의 이득을 이미 사측이 향유해 왔던 것이고 ⑧ 추가 부담액이 어느 정도 돼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히 해석·적용해야 한다며, 피고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 또는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4. 평가

무엇보다도 재판부가 신의칙 위반의 법리는 엄격히 해석·적용돼야 한다고 적시하면서, 기아차에서 추가부담액·경영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살피고서 이에 관해 판단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싶다. 이와 관련해 “원고들의 법정수당 근거가 되는 과거 초과근로로 생산한 부분의 이득을 이미 사측이 향유해 왔던 것”이라고 강조해서 이를 판단 근거로 적시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8월 선고일이 잡힌 이후 각종 언론은 신의칙 위반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지 않으면 기아차는 물론 현대차그룹·자동차산업, 나아가 제조업 등이 인건비 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보도를 쏟아 냈다. 사용자들과 사용자단체는 재판부가 부담을 가질 만큼 엄청난 선전공세를 전개하는 상황이었다.

소멸시효에 관해서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장해 임금청구 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그 소제기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더 이상의 논란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상여금 중 비통상임금 부분은 상여금 산정범위에 관한 기준을 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유사한 통상임금 사건에서 이를 제하고 청구하거나 판결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논란이 되는 쟁점이었는데, 노동자의 임금권리 보장에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주 40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토요일을 휴무로 하느냐, 휴일로 하느냐에 따라 휴일로 정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는 휴일근로가 아니므로 휴일근로수당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당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내지 지침으로 인해 크게 논란이 돼 왔고, 일부 하급심 법원 판결도 이러한 취지로 판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기아차 판결은 휴무 토요일도 휴일이고 그 근로는 휴일근로라고 분명히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휴게시간에 관해서도 대기시간으로서 근로시간이라고 인정한 점은 법상 근로시간 인정범위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 그러나 나머지 협약상 기준에 따른 청구와 휴일근로의 중복할증 청구 등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지금까지 통상임금 사건에서 법원은 협약상 기준에 따른 청구를 인정해 주지 않는 판결태도를 보여 왔고, 이번 판결도 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관해 명시적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협약상 통상임금 기준에 따른 임금청구에 관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협약상 권리를 고민하는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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